[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날씨 풀렸다 싶으면 필수품이에요. 4월에 틀어두는 것도 놀라울 일도 아니죠.”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홍모(28) 씨는 보름 전부터 모기 퇴치 훈증제를 2개씩 틀어두고 잠자리에 든다. 윙윙 대는 소리에 괴로울 뿐 아니라 팔다리 구석구석 모기에 뜯겨 세 시간도 잠을 못 이룬 탓이다.
모기의 주 활동 기간이 7~8월이라는 것도 옛말이 됐다. 이유는 지구 온난화와 이상기온 여파로 여름 같은 봄 날씨 때문.
낮 최고기온이 20도를 넘나드는 여름 날씨가 3~4월부터 많아지면서 벌써 모기가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서울시의 모기 예보에 따르면, 24일 서울시 평균 모기 활동 지수는 43.7이다. 이 단계에서는 실내에서 창문과 문에 방충망을 사용하고 늦은 시간에 환기를 자제하라고 권고한다. 관심 단계부터 모기 활동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모기 활동 지수는 0부터 100까지 있는데, 구간에 따라 쾌적→관심→주의→불쾌 순으로 모기 발생 단계가 나뉜다. 통상 모기가 극성인 7월 말이나 8월 초에는 모기 활동 지수가 90을 넘어간다.
사실 ‘봄 모기’는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야금야금 모기 활동 시작이 빨라진다는 점이다. 올해 처음으로 모기 발생 단계가 2단계가 된 날은 3월 13일이었다. 작년(3월 15일)보다 이틀, 재작년(3월 24일)보다 열흘 이상 빨라졌다.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를 봐도 모기 활동이 전국적으로 빨라지고 있다 점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해마다 일본뇌염을 매개하는 빨간집모기를 처음 발견하면 전국에 주의보를 내린다.
올해는 3월 23일 일본뇌염 모기주의보가 발령돼, 지난해보다 역시 이틀 빨라졌다. 2000년에는 5월 31일에 일본뇌염 주의보가 발령됐던 점을 고려하면 약 20년 새에 모기가 두달 가량 일찍 출몰하고 있는 셈이다.
모기가 이르게 나타난다는 건, 더운 날씨가 일찍 시작된다는 의미다. 모기 활동은 기온과 직결된다. 변온 동물인 모기는 자체적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서다. 산란 적정 온도는 25~28도이지만 13도 이상이면 꾸준히 활동할 수 있다.
봄 모기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도 이에 적응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마트24에 따르면 지난 3월 살충용 스프레이나 모기향 등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 늘어났다. 유통업계에서는 방충용품 판촉을, 지방자치단체들은 방역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