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LH 통해 전세사기 주택 매입 추진

LH 매입 시 가격 기준 아직…“논의 필요”

선순위 채권단 있을 경우 보증금 회수는 쉽지 않아

불과 일주일 전 가격산정 개선안 발표

전문가 “낙찰가율 50%·두 번 유찰 적정”

“날아간 보증금, 대신 주거권 드릴게요”…전세사기 특별법의 본질 [부동산360]
23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빌라 밀집 지역의 모습. [연합]

[헤럴드경제=신혜원 기자] 정부 방침에 따라 매입임대제도를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에 확대 적용하게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어떤 가격기준으로 매입할 지 관심이 쏠린다. LH는 불과 일주일 전 매입임대 가격 산정방식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정부가 올해 예정된 LH의 매입임대주택 물량 2만6000가구를 우선적으로 피해주택 매입에 활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매입 기준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24일 주무부처 및 국회에 따르면 당정은 전세사기 피해자 및 LH에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LH 매입 시 피해자에게 최장 20년동안 시세의 최저 30% 수준의 임대료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전세사기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관건은 ‘언제, 어떤 가격에 매입하냐’다. 당정은 이번주 내 발의, 다음달 초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지만 이를 실행할 세부 기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먼저 피해자가 매입하는 경우, 선순위 권리가 있냐 후순위이냐에 따라 경매를 통해 주택을 낙찰받아도 상황이 달라진다. 선순위 임차인이라면 후순위일 때보다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많을 수 있지만, 또다른 응찰자가 나타나 경매에서 경합을 벌인다면 비싼 가격에 매입하게 된다는 한계가 있다. 우선매수권 역시 ‘최고가’ 입찰자가 써낸 가격으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다.

피해주택에 선순위 채권자들이 있는 후순위 임차인은 경매에서 주택이 낙찰되더라도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선순위 금융기관 등에 대한 대출금을 우선적으로 보전한 뒤에야 소유권을 넘겨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최근 법이 개정되면서 주택이 경매에 넘어갈 때 저당권과 전세보증금보다 선순위로 변제됐던 국세는 이달 초부터 가장 후순위로 밀린다. 정부는 국세 외 저당권 등 다른 채권이 있어도 확정일자보다 늦게 발생한 당해세분만큼은 보증금이 우선 변제되도록 했다.

피해자가 이같이 주택을 직접 매입하는 게 아니라 임대로 거주하기를 원하는 경우 LH가 사들이게 되는데 경매 유찰횟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등이 매입의 핵심 기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된 세부 기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앞서 ‘칸타빌 수유팰리스’ 고가매입 논란으로 비판이 잇따르자 LH는 지난 17일 ‘준공주택매입’은 원가 수준 이하(토지비(감정가)+건축비(공공건설임대 표준건축비)-감가상각비)로, ‘신축매입약정’은 감정평가금액으로 매입가격을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준은 사실상 피해주택 매입에 적용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경매에서 주택을 낙찰받는 경우, 개시 가격으로 감정평가액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가 ‘공공매입 불가’ 입장을 견지하다가 갑자기 선회한 만큼 제도개선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야하는 LH 일선 현장에서도 당황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LH 관계자는 “피해주택 매입 가격산정 방식 기준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현재로써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LH도 피해자와 마찬가지로 피해주택을 낙찰받을 때 최고가 응찰자가 나타나면 시세보다 비싸게 매입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 이 경우에도 선순위 채권자가 있을 경우 이를 LH가 먼저 보전해준다. 이후 피해자가 LH에 내는 임차보증금을 나중에 돌려줄 때 선순위 채권만큼을 제하고 돌려주는 구조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LH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때 금액을 높게 부르는 응찰자가 나타난다면 시세보다 높게 매입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현재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 주택이 낙찰가율 50~60% 수준에 낙찰되고 있는데 그 정도 선에서 LH가 매입하고, 두 번 정도 유찰이 됐을 때 법원에 우선매수를 신청하는 것이 적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