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왕’ 사업장 전세 계약자들 “계약금 떼먹힐 처지”
약 100명 피해자 전세 계약금 규모 40억원 달해
1년째 입주 지연, 남모씨 구속에 계약금 회수 막막
일부 피해자, 계약금 반환 소송 제기해 1심 승소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인천 미추홀구 일대 전세사기 혐의로 구속된 건축업자 남모씨가 민간임대 아파트 사업도 벌여, 임대 계약금으로 납부한 40억원의 추가 피해를 안긴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해당 아파트는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전세 계약자들은 입주는커녕 계약금도 떼먹힐 위기에 처한 상태다.
26일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에 따르면 미추홀구 주안동 내에서 공사 중인 한 나홀로 아파트의 전세 계약 피해자들도 최근 대책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공사 중단 상태인 해당 민간임대 아파트는 구속된 남씨 측이 벌인 사업장이다. 당초 분양 대행사는 재작년 세입자들을 모집하며, 새집에서 2년간 전세로 살면 거주자에게 전세가격 그대로 분양 우선권을 주겠다고 홍보했다. 또, 공공기관이 전세보증금 보증을 서고 있어 안심할 수 있다며 입주는 2022년 4월 준공 후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시공사 측은 지난해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공사 대금이 부족해졌다며 돌연 공사를 중단했다. 준공이 차일피일 늦어지자 전세 계약에 맞춰 집을 빼거나 계획을 세웠던 피해자들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피해자 A씨는 “보통 이사를 가기 전에 계획을 짜서 이에 맞춰 전에 살던 집을 빼거나 이사를 준비했는데, 수천만원 계약금을 낸 곳에 들어가지 못하자 피해자들은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신혼부부는 같이 살지도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며 “결국 대부분 피해자들이 다른 곳에 급전세를 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부분 피해자들은 전세 계약을 해지하고 계약금을 돌려받으려 하고 있다. 민간임대주택에관한특별법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제하거나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은 ▷임대사업자의 귀책사유로 입주지정기간이 끝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입주할 수 없는 경우 ▷임대사업자가 법 제47조에 따른 표준임대차계약서상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남씨가 구속되면서, 피해자들은 사실상 계약금을 되찾을 길이 없는 상태다. 현재 남씨는 더 이상 공사 진행 능력이 없어 토지소유권이 신탁사로 넘어갔는데, 전세 계약금과 관련해서는 신탁사에 법적 책임이 없어 남씨에게 돌려받는 것 외에는 회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약 100명인 전세 계약자들은 한명당 3200만~4600만원의 계약금을 지급해, 총 피해액은 40억원에 달한다.
이에 일부 피해자는 남씨를 상대로 계약금을 반환하라며 민사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승소했지만,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A씨는 “최근 피해자 7명이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과 관련해 1심 법원은 계약금을 전액 돌려주라고 판결했고, 상대측에서 반론 제기는 없었지만 남씨가 모든 재산을 처분하고 ‘배 째라’식으로 나올까 우려된다”며 “변호사 측에서 재산 조회 및 압류를 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약 30명의 피해자도 추가적으로 계약금 반환을 위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