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벚꽃 포기하고 여기 오려고 서울에서 비행기 타고 왔어요”, “오전 9시30분부터 기다렸는데 오후 9시에 입장 성공했습니다”(온라인 커뮤니티 ‘로스트 아크’ 이용자)
중소 커피전문점 이디야커피의 한 매장이 지난 8일 밀려드는 방문객들로 때아닌 혼잡을 빚었다.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까지 긴급히 현장에 출동할 정도였다. 새벽부터 줄을 섰던 사람들은 늦은 밤이 될 때까지 좀처럼 매장 앞을 떠날 줄 몰랐다.
이는 국내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가 부산 해운대구 이디야커피 달맞이점에 팝업 스토어를 열면서 벌어진 풍경이다. 스마일게이트의 성장을 견인한 ‘로스트아크’ 속 캐릭터 ‘모코코’ 생일을 기념해 기획됐다.
고가의 명품도 아닌데 백화점 또는 애플 매장 앞에서나 볼 수 있었던 ‘오픈런’이 부산의 작은 커피전문점에서 발생한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물론 팝업 스토어 개장 소식에 일찍이 부산을 찾은 외부 관광객들까지 몰려들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문을 연 8일 첫 날에만 약 3000명이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저녁부터 대기가 시작됐고 새벽에는 매장 앞에 자리를 깔고 두꺼운 외투 차림으로 누운 채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날이 밝자 안전사고를 우려한 경찰이 출동해 현장 통제에 나섰다.
이들은 부산 팝업 스토어에서만 받을 수 있는 기프트카드를 비롯해 달력, 엽서, 부채, 스티커, 볼펜 등 굿즈를 받기 위해 장시간 대기도 감수했다. 특히 기계식 키보드 자판에 끼우는 ‘로스트아크 키캡’이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인파가 몰려들자 매장 측은 부랴부랴 손글씨로 ‘굿즈 구매가 어려울 수 있다’고 써서 안내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오는 5월 7일까지 한 달 간 팝업스토어 운영을 계획하고 시작했지만 첫 날부터 준비한 굿즈가 모두 동이 나 진땀을 흘렸다. 평일에도 600~700명 이상이 꾸준히 찾을 만큼 인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팬들은 부산 외에도 각 지방을 돌면서 계속 팝업 스토어를 열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로스트아크는 스마일게이트가 지난 2018년 11월 처음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으로 자리잡았다. 덕분에 스마일게이트는 2020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로스트아크와 더불어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매출 증대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로스트아크가 판호(서비스 허가권)를 발급받으면서 향후 중국 시장에서의 추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