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유통기한 임박, 포장재 손상, 외형 결함….
반값 이상 큰 할인 폭에 끌려 한 번쯤 클릭하게 되는 쇼핑몰. 단, 조건이 있다. 하자(?)가 있어 몸값을 낮추는 제품들이다.
이른바 ‘B급’ 제품들을 취급하는 리퍼브(Refurbished) 쇼핑몰들이 달라지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함께 이전이라면 숨길 법한 결함을 전면에 내세운다.
대신 B급 제품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에게 할인 외에 내어줄 수 있는 한 가지를 더 마련했다. 개봉도 되지 않은 채 버려질 뻔했던 제품들에 쓰임새를 찾아주고, 환경보호에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이다.
리퍼브 쇼핑몰 노프는 화장품, 패션 잡화 등을 비롯한 생활용품부터 일부 식품까지 취급한다. 이곳에서 파는 제품들은 크게 ‘못난이’와 ‘촉박이’로 나뉜다.
대표적인 못난이들은 포장재가 얼룩지거나 찌그러져 상품성을 잃은 제품들이다. 대형 유통사 입점이나 수출 등이 어그러지면서 포장재가 쓸모없어지거나 제품 단종, 리뉴얼로 창고에 쌓여있는 경우도 있다.
촉박이들은 말 그대로 유통 기한이 성큼 다가온 제품들이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소비 기한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넉넉한데도 매대에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이 같은 B급 제품들은 판매되지 않을 경우 대부분 폐기 처리된다. 별도의 분리수거 없이 폐기물 대행 업체를 통해 파쇄 후 소각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사용도 하지 않은 새 제품들을 비용 들여 버리는 셈인데, 낭비는 물론이고 소각시 온실가스도 배출되는 최악의 결말이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B급 제품 재고를 털어내면 좋겠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는 꺼려지는 선택지다. ‘떨이’로 팔 경우 자칫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어서다. 보관에도 비용이 드는 데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 가치가 떨어지는 탓에 자금 회전의 압박을 받는 영세한 규모의 제조사 입장에서는 폐기라는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된다.
유행이 빠르게 바뀌는 패션 업계, 유통기한이 짧은 화장품 업계 등에서는 B급 제품 폐기가 공공연한 관행이 됐다. 일부 패션 브랜드와 환경단체들이 폐기를 금지하는 법 제정을 추진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리퍼브 쇼핑몰들은 소비자보다 제조사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김기훈 노프 대표는 “B급 제품을 폐기하지 않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데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프는 리퍼브 제품 확보를 두고 버려질 뻔한 제품을 ‘구출’한다고 표현한다.
노프는 제조사와 소비자를 오픈마켓 방식으로 연결한다. 노프는 일정 수수료만 받고 가격이나 할인율은 제조사가 최저가 수준으로 결정한다.
지금까지 노프에 재고 구출을 의뢰한 제조사들은 200여군데, 현재 거래하는 곳은 50여군데 정도다. 재고를 전부 소진했거나 유통기한이 끝나버리면 판매가 중단되기 때문에 제품군은 시시각각 바뀐다.
김기훈 노프 대표는 “아직 품목이 많지 않지만 올해 입점 브랜드를 1000군데까지 늘려 소비자들이 새 물건을 사기 전에 노프에 들어와서 먼저 살 게 있는지 볼 수 있도록 규모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또 “저렴하게 구매하려 했는데 폐기물을 줄여 모르는 새 환경에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도 소비자들에게 드리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