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일본 홀대에 이름까지 숨겼는데”
삼성전자의 최신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3 시리즈’가 일본에서 출격을 알렸다. 6일 오전 10시 현지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는 유튜브로 생중계됐다. 약 1200명의 시청자가 실시간으로 이를 지켜봤다.
이날 단상에 오른 여성 사회자는 크림 색상의 갤럭시 S23과 그린 색상의 갤럭시 S23 울트라를 손에 쥐고 들어보였다. 갤럭시 S23 플러스는 일본에서 출시되지 않는다.
여성이 손에 든 갤럭시 S23 울트라의 후면을 자세히 보면 ‘GALAXY’가 아닌 ‘SAMSUNG’ 로고가 또렷이 새겨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 출시되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삼성 영문 로고가 각인되는 것은 무려 8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갤럭시 S6 출시 때부터 삼성 로고를 지우고 ‘GALAXY(갤럭시)’ 로고를 내세웠다. 회사명을 빼고 ‘GALAXY’ 브랜드로만 제품을 판매한 시장은 전 세계에서 일본이 유일했다.
이는 일본 소비자들이 샤프, 소니 등 자국 스마트폰을 유난히 선호한 데다 이후 한·일 외교관계까지 악화하면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갤럭시의 무덤’이라고 불릴 만큼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고전한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 회사라는 인식을 주는 ‘SAMSUNG’ 브랜드를 숨기고 ‘GALAXY(갤럭시)’로만 현지에서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8년 만에 다시 ‘SAMSUNG’ 브랜드를 부활시킨 것은 최근 일본 시장에서 높아진 인기와 함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신제품 발표회에 가장 먼저 등장한 고바야시 켄이치 삼성전자 재팬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앞서 출시된) 갤럭시 S22가 까다로운 일본 플래그십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다졌다”며 그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 갤럭시 S22 판매량은 전작인 S21보다 9% 증가했으며 갤럭시 S22 울트라는 S21 울트라 대비 57% 늘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일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0.5%다. 애플(56.1%)에 이어 2위로 뛰어 올랐다. 특히 작년 1분기 판매대수는 100만대를 넘겼다. 삼성전자가 1분기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100만대 넘게 판매한 것은 2013년 이후 거의 10년 만이었다.
삼성전자는 여세를 몰아 일본 홈페이지는 물론 유튜브 채널,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 이름도 모두 ‘갤럭시 모바일 재팬’에서 ‘삼성 재팬’으로 바꾸며 ‘SAMSUNG’ 브랜드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다.
갤럭시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도 운영을 재개한다. 도쿄를 비롯해 나고야, 간사이, 후쿠오카에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일본 소비자들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갤럭시 스튜디오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 2020년부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였다.
일본 NTT도코모, 라쿠텐, KDDI 등 현지 주요 통신사들은 이날부터 갤럭시 S23 시리즈 사전예약 접수를 시작했으며 이달 20일부터 공식 판매를 개시한다. ‘애플의 텃밭’으로도 불릴 만큼 아이폰 충성도가 높은 일본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승부수가 통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