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맨은 줄고 있는데 증권맨은 왜 되레 늘어나는 걸까요? [세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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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증권사 구조조정 들어간다네요. 대리판 살벌해지겠습니다.” (지난해 11월, 대리운전자 모임 카페 글)

지난해 겨울, 여의도는 매서운 ‘감원 한파’에 술렁였습니다. 은행가는 비대면 전환에 속도를 내며 점포를 정리했습니다. 증권가 역시 부서 통폐합뿐만 아니라 ‘명예·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도 심심찮게 이뤄졌습니다. 불확실한 시장 전망 속에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비대해진 몸집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불어닥친 것이죠. 여의도 증권가가 주요 고객층인 대리운전 시장이 반응했던 만큼 심상치 않았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수익성 악화와 감원 추세에도 은행권과 달리 왜 증권가는 오히려 직원 수가 늘어났을까요. 3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시중은행 6곳(국민·신한·우리·하나·SC·씨티)은 최근 3년간 총 임직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0년 6만7561명에서 2021년 6만5183명, 2022년 6만3115명으로 연간 3%대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은행맨은 줄고 있는데 증권맨은 왜 되레 늘어나는 걸까요? [세모금]

반면, 지난해 증권가 총 임직원 수는 소폭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증권사의 총 임직원 수는 2020년 3만6775명, 2021년 3만8144명, 2022년 3만8838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시장 우려에도 지난해 총 임직원 수는 전년 대비 694명(1.8%) 증가했습니다. 증시 열풍이 불었던 2021년 공격적으로 채용했던 터라 후폭풍이 더 거셀 줄 알았는데, 다소 예상 밖의 결과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우선 핀테크 증권사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핀테크 대표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와 토스증권 임직원 수는 지난해에만 각각 80명, 63명이 늘었습니다. 증권가 인원 증가분의 20.6%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지난 3년이 기초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본격적인 사세 확장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2019년 200명을 밑돌았던 카카오페이증권의 임직원 수는 2021년 200명을 돌파, 지난해 355명으로 불어났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본격적인 MTS 가동에 따른 IT 인력 포함 신규 사업을 위한 리테일 개발자 및 관련 직군 채용을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리테일 외에도 법인 대상 홀세일(기관 대상 영업), IB 부문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63명이 늘어났습니다. 전년 대비 무려 40.9% 늘어난 수준이죠. 2020년 100명도 못 채웠던 토스증권은 2021년 154명, 2022년 217명으로 빠른 속도로 몸집을 키우는 중입니다. 특히 해외주식 시장 거래에 집중하면서 관련 사업 인력 채용에도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 말 서비스 시작 당시 토스증권의 해외주식 투자 종목은 500여개 그쳤지만, 지난해 3600여개 미국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로 투자 대상군을 늘리기도 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생존 전략도 엿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새로운 사업들에 발을 내딛고 수익 다각화에 승부수를 걸고 있는지 등 일종의 ‘예고편’과 같습니다. 지금 회사가 어느 부서에 채용을 확대하는지 움직임을 읽다 보면,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이 대표적입니다. 가장 많은 인원 수가 늘어난 신한투자증권에선 지난해 93명(전년 대비 3.6%)이 증가했습니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STO(증권형 토큰) 사업 다각화에 나서면서 블록체인부를 만들고 관련 부서 인프라 조성을 위해 채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멀티 클라우드 기반의 차세대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 메타’를 진행하면서 관련 인력 확보 및 투자에도 지속해서 집중할 계획이라고 알렸습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부동산 금융과 고유재산운용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감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유재산운용과 부동산 금융 분야를 충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사 임직원수는 그간 830명대였지만 지난해 921명을 기록했습니다.

상상인증권 역시 저축은행 기반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2020년 118명에서 2021년 129명, 지난해 183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작년에만 54명이 늘어났고, 인원 증가세로만 따지면 가장 높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인수하고 보니 전방위적으로 인력이 다 없던 상태였다. HTS, IB, 리테일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인력 채용을 했다”면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라고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감원 여파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직원 요청에 따른 희망퇴직을 실시한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지난해 214명이 줄어들었습니다. 대형사 특성상 직원 유출입 규모가 클 수밖에 없지만, 116명이 줄어든 2021년과 비교하면 감소세를 더 뚜렷해보입니다. 이밖에도 주요 증권사 중 하나증권(47명), 키움증권(39명)도 전년 대비 인원 수가 줄었습니다. 불황을 이겨 내기 위한 증권업계의 노력은 올해 들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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