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SK㈜ 머티리얼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LS머트리얼즈, 포스코퓨처엠까지.
최근 사명에 ‘머티리얼즈(Materials, 혹은 머트리얼즈)’란 단어를 쓰는 기업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기업이지만 머티리얼즈 기업들의 공통점은 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등에 필요한 소재(Materials)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기업마다 주목하고 있는 소재는 달라도 핵심 산업 분야의 소재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활발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어 이들 기업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LS머트리얼즈 “상장 통해 전기차 사업 강화”
기업별로 살펴보면 LS머트리얼즈는 3일 상장 추진 주관사인 KB증권, 키움증권과 대표주관계약을 체결했습니다. LS머트리얼즈는 올해 6월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연내 코스닥 상장을 이룬다는 계획입니다.
LS머트리얼즈가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선 LS그룹 행보를 우선 살펴봐야 합니다. 오랫동안 전선, 전력기기를 주력으로 삼던 LS그룹은 최근 전기차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지난달 국내 최대 배터리 전시회인 인터배터리 2023에 방문해 “전기차 분야 소재부터 부품, 충전 솔루션까지 그룹 내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죠.
지난달 27일에는 연간 생산능력 500t 규모의 토리컴 황산니켈 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황산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입니다.
LS그룹은 LS머트리얼즈 상장을 통해 전기차 소재 분야에서 존재감을 키운다는 전략입니다. LS머트리얼즈 자회사인 LS알스코는 전기차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신소재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국제 알루미늄합금 인증을 갖고 있는 등 성장 가능성도 상당합니다. LS머트리얼즈는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알루미늄 소재 등 전기차 관련 사업에 투자할 전망입니다.
반도체 특수가스 업체가 ‘실리콘 음극재’에 관심 가진 이유는
SK㈜ 머티리얼즈는 소재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산하 자회사를 통해 경북 영주와 상주 등 비수도권에 1조원을 투자, 반도체 소재인 특수가스 및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 생산 공장을 신·증설하고 있습니다.
사실 전신이라고 볼 수 있는 OCI머티리얼즈는 과거 반도체 특수가스를 주력으로 삼았습니다. 이와 달리 SK㈜ 머티리얼즈는 특수가스는 물론 실리콘 음극재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죠.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2021년 4000t에 불과했던 실리콘 음극재 시장 규모가 2030년 20만t까지 성장한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10년도 되지 않아 50배 성장할 정도로 실리콘 음극재는 상당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저장 가능한 에너지 밀도가 10배 높아 조금만 섞어도 음극재 성능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포스코퓨처엠‧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생산시설 신‧증설 속도
포스코퓨처엠의 이전 사명은 포스코케미칼이었습니다. 지난 2월 ‘미래(Future)’와 ‘소재·변화·매니지먼트(Materials·Movement·Management)’의 이니셜 표기 M을 결합해 지금의 사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친환경 미래소재 대표기업’으로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담았습니다.
실제 포스코퓨처엠은 배터리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핵심 소재인 양극재 키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0년 73만t에서 2030년 605만t으로 8배 이상 증가할 양극재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이죠. 포스코퓨처엠은 3920억원을 투자해 포항에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양극재 전용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2025년 공장 준공 시 생산 규모는 연산 3만t입니다. 60㎾h(킬로와트시)급 전기차 30만여대에 1년간 공급할 수 있는 양이죠.
앞서 지난해 4월에도 포항에 3만t 규모의 니켈‧코발트‧알루미늄‧망간(NCMA) 양극재 공장을 착공한 바 있습니다. 두 공장이 모두 가동되면 포항에만 6만t 규모의 양극재 생산이 가능해집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10월 롯데그룹 화학군 전지소재사업의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동박 생산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전격 결정하고 지난달 최종 인수를 통해 자회사로 편입시켰습니다. 사명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로 바뀌었지만 ‘머티리얼즈’는 그대로 계승됐습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7년까지 해외에 연 23만t 규모의 공장을 증설할 예정입니다. 김연섭 대표이사는 “주요 시장 선점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 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소재 사업을 강화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배터리와 반도체, 전기차 등 성장 산업의 소재를 확보하는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죠. 새로운 ‘머티리얼즈’ 기업들이 얼마나 더 등장할지, 어떤 신소재를 발굴할지 귀추가 더욱 주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