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욱 대표 “종이도 페트처럼 지종별로 분류해 버려야
폐지 속에 음식물·꽁초 등 잡쓰레기 많아 재활용 어려워
원료·에너지 절감기술 확보 경쟁사보다 원가 크게 낮춰
환경·에너지 분야 신사업 확대 ‘E&E 기업’으로 만들 것”
[대구]제지 중견기업 아진P&P(대표 정연욱)가 올 10월 목표로 상장을 추진한다. 회계실사, 주관사 선정까지 끝내고 상장 예비심사를 5, 6월께 신청할 예정이다.
대구 달성군 현풍읍에 본사와 공장을 둔 아진P&P는 1975년 설립된 포장용지 전문업체로, 업력이 50년에 가깝다. 2세(정연욱 대표)로의 경영승계도 지난해 마무리됐다. 2011년 자력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 이후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했다. 최근 3년의 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리면서 더 높아졌다.
2020년 매출 1900억원에서 2021년 2800억, 2022년 3000억원. 올핸 외형보다 내실에 치중한다. 매출 3100억원에 영업이익 300억원이 목표다. 이제 기업공개(IPO)로 자본을 공모하고 주권거래를 통해 기업가치를 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아진P&P 정연욱 대표는 “지난해 IPO를 추진하려 했으나 시황이 나빠 미뤘다. 최근 친환경 소비, ESG 등 제지 및 포장재 시장의 변화가 거세 더 큰 성장기회를 잡기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며 “공모자본은 향후 회사의 비전 실현을 위한 설비투자, M&A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 바탕에는 종이포장재 시장 자체의 성장세와 아진P&P의 R&D역량이 자리한다. IPO는 골판지 분야 선두주자 지위를 강화해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정 대표는 “현 사업만으로도 연간 10% 이상 성장이 가능하다. 매출 5000억원대까지는 무난할 것으로 본다“며 ”최근 3년 급성장 추세를 조절, 올해 내실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영업이익 10%대의 기업으로 안착시킬 것“이라 말했다.
시황이 나쁜 데도 IPO를 추진하는 것은 임직원과 투자자, 고객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려는 차원이다. 아진P&P의 사업은 골판지 원지인 골심지와 이면지 제조다. 내년부턴 골판지 표면지도 생산하게 된다. 이 경우 골판지를 구성하는 3개 지종을 모두 양산하게 돼 경쟁력이 더 높아진다.
이는 아진P&P의 기술력이 그 바탕. 저평량 고강도의 이면지를 개발한데 이어 천연펄프를 사용하지 않는 표면지도 개발했다. 이로써 입방미터(㎥)당 종이 무게를 180g에서 160g로 11% 줄였다. 또 펄프를 쓰지 않고도 인쇄적성과 강도가 기존과 동일한 표면지도 개발했다. 원료인 폐지(정확히는 종이자원)로 고급 표면지를 만들 수 있게 된 것. 시험생산을 마치고, 양산준비 중이다.
또 폐열회수 기술을 축적, 에너지사용량도 기존 제지공정에 비해 15∼20%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폐열회수로 에너지활용률을 80%로 높인 것이다. 일반 제조업체의 평균 에너지활용률은 50∼60% 정도다. 아진P&P는 이를 통해 폐열회수발전소도 연구하고 있다.
정 대표는 “제지회사 원가의 20%가 에너지비용이다. 당사도 연간 에너지비용만 400여억원인데, 이는 매출(3000억원)의 14%에 해당한다”며 “그만큼 경쟁사에 비해 원가절감률이 높아 이익률도 향상된다. 원재료와 에너지사용량 절감은 결국 원가절감률이자 이익률”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에너지와 원재료 절감기술은 기존 제지사와의 경쟁을 넘어 플라스틱포장재 대체까지 도전해볼 수 있게 하고 있다.
정 대표는 “종이 재활용률은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높아 100%에 가깝다. 플라스틱포장재에 비해 아직 가격은 5배 정도 비싸지만 환경문제를 감안하면 종이포장재 선택이 가능하다”며 “친환경 소비, ESG캠페인도 있다. 결국 종이의 가치가 그 가격차를 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진P&P의 궁극적 사업모델은 ‘환경과 에너지(E&E)’. 이는 현 제지사업의 경쟁력이 확장된 결과다. 상장 때 공모자금을 활용해 관련 기업 M&A도 추진할 방침이다. 회사는 자체연구소를 통해 폐열회수에 이어 탄소포집(CCS) 기술도 연구 중이다.
정 대표는 “E&E는 실로 ‘5차 산업’이 될 수 있다. E&E 기술은 제지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각 산업으로 파급시킬 수 있다”며 “제지공정의 각종 부산물, 폐열을 활용한다. 환경·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확대해 ‘E&E기업’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폐지를 재활용하는 기업으로서 대국민 당부도 했다. 제발 종이도 플라스틱처럼 잘 분류해서 ‘버려달라(모아달라)’는 것.
종이는 잘 버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신문지, 우유팩, 골판지상자, 백판지상자를 모두 한데 버린다. 일본의 경우 요일별로 4종으로 분류해서 버리게 한다. 종이자원의 가치가 그만큼 높아진다. 일례로, 우유팩은 고급 지종으로 10여회 재생산이 가능한 100% 천연펄프다. 하지만 함께 버려지는 탓에 골판지나 신문용지의 원료가 되고 만다.
따라서 골판지, 신문지, 우유팩이라도 3종으로 분리해 버려야 한다고 제지회사들은 요청한다. 우리나라의 폐지 수집률은 85%가 넘지만 분류해서 버리지 않는 탓에 폐지품질은 선진국보다 현저히 낮다. 이 때문에 제지회사들은 제품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품질 수입폐지를 상당량 섞어 쓰고 있다.
정 대표는 “종이자원은 제지회사에 쓰레기가 아닌 원재료 그 자체다. 특히 골판지회사는 폐지를 제품으로 재탄생시킨다”며 “수집된 폐지를 받아보면 잡동사니가 너무 많다. 피자상자엔 먹다남은 피자, 플라스틱, 꽁초 등 이물질이 다양하다. 원료로 쓰려면 일일이 따로 분리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또 폐지가 제지공장에 입고되면 그 때부턴 처리에 규제를 받는 ‘산업폐기물’로 분류된다. 남은 잡쓰레기는 소각장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지만 주민들의 반발이 있다.
정 대표는 “정부도 제지회사의 이런 특수성 인정해 폐지 재활용 후 나온 쓰레기를 소각처리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아무리 님비(NIMBY)라지만 소각시설을 누군가는 운영해야 한다”며 “환경문제는 제지업체만으론 해결하기가 어렵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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