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불신’ 여론 눈치도 버거운데
여야 일각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도
“비례대표 확대 위해 불가피한 길”
“결단코 반대…오히려 의원 줄여야”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선거제 개편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공개적으로 시작됐다. 정치 개혁이라는 근본적인 취지를 살린 선거제 개편을 위해서는 ‘의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당위론과 국회 불신으로 인한 국민적 저항을 우려한 현실론이 맞붙는 구도다. 오는 27일 선거제 개편을 위한 전원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의원 증원’ 문제가 최대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주 중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선거제 결의안)‘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친다.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를 통과한 결의안을 논의할 전원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2004년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열릴 전원위는 오는 27일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개특위 소위를 통과한 선거제 결의안에는 ▷소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1안) ▷소선거구제 + 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2안)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 +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3안) 등 3가지 선거제 개편안이 담겨 있다. 1·2 안은 지역구 의석수(253석)는 현재와 동일하게 하고 비례대표 의석은 현재(47석)보다 50석 늘리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고, 3안은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만큼 비례의석을 늘리는 안을 담고 있다. 결국 1·2안은 의원정수가 현행 300석에서 50석 증가한 350석으로 증원되게 되며, 3안은 300석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는 셈이다.
선거제 결의안의 핵심은 비례대표제 확대다. 현행 선거제가 승자독식 구조이기 때문에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 기반한다. 3가지 방안 모두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는 내용이 담긴 배경이다.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려 다당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전체 의석수를 확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한 중진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립과 분열이 극에 달하는 양당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군소정당의 의석수를 확보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지역구 의석에서 떼어내 비례 의석에 준다는 것은 법안 논의과정에서 좌초될 가능성이 높고, 전체 의석수를 늘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길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 불신이다.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원 증원’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불 보듯 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가야할 길이지만, 누가 총대를 멜거냐는 식이다.
한 정개특위 위원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고 할지 고민”이라며 “(의원 증원은)해야 할 일이지만 표를 의식해야 할 정치인이 국민적인 반대가 분명한 주장을 대놓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넘어야 할 산은 여론뿐 만이 아니다. 선거제 결의안이 공개되자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내에서도 ‘의원 증원’에 부정적이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은 국민적 반발을 의식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선거제 결의안에 대해 "또다시 '임명직 국회의원'을 50명이나 더 증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어떤 경우라도 국회의원 증원은 결단코 반대이고, 여당에서 만약 그런 합의를 한다면 지도부 퇴진 운동도 불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의원수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생 현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챙길 지방의회 의원을 늘리고, 국회에서는 최소한의 의원들이 입법권을 행사하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초선의 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들어와 보니 지역 현안까지 국회의원들이 다 챙겨서 정작 중요한 입법에 전념하기 힘든 구조”라며 “광역 의원, 기초 의원을 늘려 지역 현안을 지방의회에서 적극적으로 챙기면 국회의원은 오히려 줄여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