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모으기’가 넷제로 핵심인데…한국엔 사업 심의할 ‘법’조차 없어 [비즈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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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탄소 저감만큼이나 탄소를 모으고 저장하고 활용하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도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지만 사업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세제 혜택과 법률 제정 등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주요 국가가 넷제로(탄소 중립) 공약을 달성하려면 CCUS 활용이 2050년까지 120배 증가해 이산화탄소 포집량이 연간 최소 4.2GT(기가톤)에 도달해야 한다. 연구마다 필요량이 2GT에서 10GT까지 다르지만 현재 각국의 CCUS 프로젝트로 확보할 수 있는 양보다는 최소 60배 이상 많다.

신재생에너지 도입 등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더라도 철강, 석유화학, 정유 등 주요 산업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완전히 없애기 위해선 이를 활용·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한 공정·에너지 전환 전 배출량을 줄이는 가교 역할을 하는 대안기술로도 중요성이 높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CCUS 없이 넷제로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2070 글로벌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선 CCUS 기술 기여도를 이산화탄소 전체 감축량의 15%로 제시했다. 단일 기술로는 가장 많은 비중이다. CCUS는 연료전환(90%), 시멘트(61%) 등에서 특히 기여도가 높았고 화학제품 생산(28%), 제철(25%) 등도 4분의 1 이상이었다.

현재 석탄이나 산업 공정을 중심으로 적용되는 CCUS의 범위가 향후 바이오매스, 직접공기포집 등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어 단순한 가교 이상의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은 CCUS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은 직접 연구개발(R&D)에 나서거나 혁신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방식으로 관련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물산과 GS칼텍스, 한화솔루션 등 주요 9개 기업이 CCUS 기술 개발 협약을 맺는 등 공동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특히 ‘카본 투 그린(탄소에서 친환경으로)’를 앞세운 SK의 보폭이 넓다. SK에너지와 SK어스온 등이 CCUS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SK E&S는 동티모르 해상에 있는 천연가스 생산설비의 탄소저장소 전환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SK㈜ 머티리얼즈가 CCUS 혁신기술을 보유한 미국 ION에 지분을 투자했고 뒤이어 8리버스의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삼성엔지니어링은 2021년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친환경을 제시하며 주요 프로젝트로 CCUS를 지목했고, LG화학은 탄소를 고기능성 생분해 플라스틱 등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탄소 모으기’가 넷제로 핵심인데…한국엔 사업 심의할 ‘법’조차 없어 [비즈360]
SK E&S가 지원하고 있는 씨이텍의 0.7㎿급 이산화탄소 포집 파일럿 공정 [SK E&S 제공]

다만 우리나라 CCUS는 대부분 기술개발 단계로 상용화를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활용·저장 분야는 기술력이 주요국 대비 열위에 있고 그나마 포집 분야는 상용화에 근접한 기술을 확보했지만 탄소 활용·저장 기술 부족과 매출처 제한으로 관련 산업 육성이나 기업참여 유인에 한계가 있다. 고탄소배출 산업별 공정 프로세스에 적합한 CCUS 모델을 확립해야 한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더 큰 문제는 CCUS를 전담하는 법조차 없어 40여개 관련법을 준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업화 과정에서 법률 간 충돌 등으로 애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산화탄소 저장소 확보나 포집 이산화탄소의 거래·운송 등과 관련한 국제 협력을 뒷받침할 만한 제도도 없고 관련 설비 도입 시 세액공제 등의 유인책도 마찬가지다.

K-CCUS 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권이균 공주대 교수는 “당장 올해 상반기 중규모·대규모 CCUS 실증 지원 예타사업을 심의할 텐데 아직 관련 법률조차 없는 상황”이라며 “CCUS를 통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1030만t으로 설정돼 있는 만큼 사업화, 안전관리 등을 위한 법률 및 제도적 정비는 매우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최근 ‘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법안은 CCUS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위한 인허가, 특례, 기업지원 근거, 안전관리 등을 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이나 EU(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은 이미 축적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다수의 CCUS 프로젝트 상용화에 성공했다”면서 “효율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포함한 정부의 유기적인 지원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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