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삼성 따라잡기’ 버거운 중국 업체들…아직 한참 멀었다?”
지난 2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폐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3’의 화두 중 하나는 중국산 스마트폰의 공습이었다. 화웨이·샤오미·오포·아너 등은 각기 다른 디자인과 성능, 가격을 내세웠지만 공통점이 있었다면 ‘삼성 따라잡기’에 여념이 없었다는 것이다.
중국 제조사들이 공을 들인 건 폴더블(접는)폰이었다. 이 가운데 삼성을 추격하는 대표주자는 샤오미였다. 샤오미는 지난해 8월 새로운 폴더블폰인 ‘미믹스 폴드2’를 선보이면서 공개적으로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Z플립4’, ‘갤럭시Z폴드4’를 공개한 바로 다음 날 경쟁 제품을 출시하면서 폴더블폰 시장의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의도를 각인시켰다.
레이쥔 샤오미 최고경영자(CEO)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미믹스 폴드2는 두께가 11.2㎜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초슬림 폴더블폰’”이라고 밝혔다. 그는 무대 스크린에 삼성 ‘Z폴드3’, 애플 ‘아이폰13 프로맥스’ 등을 띄워놓고 두께를 비교하며 “(미믹스 폴드2가) 다른 폴더블폰보다 훨씬 얇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자화자찬이 무색하게 MWC 2023 샤오미 부스에 전시된 미믹스 폴드2의 완성도는 갤럭시Z폴드4에 크게 못 미쳤다. 출시 6개월이 지났음에도 업계 관계자들이 지적했던 미믹스 폴드2의 단점은 그대로 노출됐다. 미믹스 폴드2의 두께는 얇았지만, 경첩(힌지)가 고정되지 않았다.
기자가 미믹스 폴드2 화면을 접은 후 천천히 넓혀보자 처음엔 일정한 각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화면이 약 90도를 넘어서자 자동으로 180도까지 펼쳐졌다. 몇 번이고 시도해도 펼쳐지길 반복했다. 폴더블폰의 핵심 기능 중 하나인 ‘플렉스 모드(Flex mode)’를 구현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기능은 폴더블폰을 접은 상태에서도 영상 시청과 사진 촬영 등을 지원하는 기술로 ‘프리 스탑(Free Stop)’이라고도 불린다.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의 강점으로 꼽히는 ‘접어서 셀카’ 기능까지는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한계는 화웨이 폴더블폰 ‘P50 포켓’ 등 일부 중국 폴더블폰에서도 나타난다.
현재 폴더블폰 시장은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약 1%를 차지하지만 삼성이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약 1420만개 폴더블폰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1200만개는 갤럭시로, 여전히 삼성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날리스는 올해 매출이 100%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이 잇달아 유사한 폴더블폰을 출시하고 있음에도 ‘폴더블폰 원조’로서 기술 우위에 대한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부사장)은 MWC 2023 현장 간담회에서 “폴더블은 삼성전자가 처음 만들어낸 시장”이라며 “중국 업체들이 폴더블을 내놓으면 시장이 커지니까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