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 광양LNG터미널 가니
임대·반출입에 선박시운전도 활발
내년 준공 20만㎘급 6호기 건설중
영하 162℃ 견디는 내구성도 갖춰
“건조를 99.9% 완료하고 시운전을 위해 이곳 광양 LNG(액화천연가스) 터미널에 왔습니다. 말하자면 배가 정식 출항하기 전 마지막 검증을 받는 거죠. 1박 2일간의 시운전이 끝나면 배는 드넓은 바다로 첫 항해를 떠난답니다.”
지난 21일 찾은 전남 광양시 제철로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LNG터미널에는 길이 약 230m의 거대한 배 한 척이 정박해 있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만든 LPG(액화석유가스)선 메르카토르(Mercator)호다. 그리스 선사 인도를 일주일 앞두고 목포 조선소를 떠나 LNG터미널에 접안한 메르카토르호는 건조의 사실상 마지막 단계인 시운전 절차를 밟고 있었다.
탑 형태의 LNG하역설비를 통해 시운전이 한창인 선박에 승선하니 규모감은 실로 압도적이었다. 설비의 팔 역할을 하는 ‘하역 암(arm)’은 마치 악수를 하듯 메르카토르호와 연결돼 선박 연료관 내 불활성가스를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이물질이 모두 제거되는 대로 누설을 감지하는 리크테스트(leaktest)를 이어간다. 배관 온도를 적정하게 낮춘 뒤 필요한 만큼의 가스를 충전해 설비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까지가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임무다.
조승룡 포스코인터내셔널 광양터미널부장은 “시운전은 선박 인도에 앞서 필수로 거쳐야 하는 단계로 시운전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인도가 늦어질 수 있다”면서 “우리 조선사의 사업 경쟁력 확보에 도움을 준다는 사명감도 있다”고 귀띔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0년 8월 민간기업 1호로 선박시운전사업을 시작했다. LNG터미널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고객사에 LNG탱크를 임대하고 직수입한 LNG를 하역·저장했다가 가격 상승기에 송출하는 임대사업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새로운 사업은 성공적이었다. 3년간 총 90척의 배가 광양LNG터미널을 거쳐 갔다. 특히 2021년 11월부터는 중국 선박, 지난해 8월에는 수리(修理) 선박으로 대상을 넓혔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선박 전환이 확대되고 있어 시운전사업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보고 있다.
올해는 30척 수주를 목표로 잡았다. 카타르 LNG프로젝트 1차 물량이 본격 건조되고 있어 많게는 40척까지 시운전 물량이 확대될 것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예상하고 있다. 가스 매입가격 등에 따라 다르지만 시운전 한 척당 매출은 최대 10억원이다.
광양LNG터미널 본진에선 1기의 LPG탱크와 6기의 LNG탱크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여러 종목의 운동경기장이 운집해 있는 종합운동장을 보는 것 같았다. 그중 6호기 탱크는 내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었다.
잠실학생체육관 크기의 돔 내부에 들어서자 겨울날 바깥보다도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영하 162℃의 저장온도를 견뎌야 하는 탱크다웠다. 6호기는 포스코가 개발해 단독 생산 중인 고망간강을 활용해 짓고 있다. 극저온은 물론 리히터 규모 6.5의 지진과 미사일 충격하중도 버틸 수 있다고 조승룡 부장은 강조했다. 20만㎘(킬로리터)급 6호기 탱크까지 완성되면 광양LNG터미널의 저장능력은 93㎘까지 확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더 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인접 부지에 제2 터미널을 만들어 12호기 탱크까지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단계 사업인 20만㎘급 탱크 2기(7·8호기)는 이미 지난달 말 착공에 돌입했다. 2025년까지 7·8호기를 완공하면 133만㎘까지, 2030년까지 모두 완공하면 213만㎘까지 저장용량이 늘어난다. 133만㎘는 전 국민이 40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제2 터미널에 부두가 추가 설치되면 길이 300m 이상의 초대형 배도 선적할 수 있게 된다. 반·출입은 물론 선박시운전 분야에서도 사업 확장성이 기대된다.
광양 제2터미널 증설은 LNG 밸류체인(가치사슬) 강화를 위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복안이다. 올해 초 포스코에너지와의 합병으로 탐사~생산~저장~발전에 이르는 LNG 밸류체인을 완성한 데 이어 이를 확장해 글로벌 LNG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LNG 저장용량 확보는 회사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위기 속에서 국가 에너지 안보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재생에너지, 수소인프라 등 친환경에너지사업 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도 함께 이룩할 방침이다. 2022년 기준 0.1GW 수준의 신재생 발전 용량을 2030년까지 2.4GW까지 늘릴 계획이다. 그 중심축의 하나가 바로 신안군 자은도에 자리 잡은 신안해상풍력단지다.
같은 날 찾은 자은도 해안가에는 총 발전용량 62.7㎿ 규모의 풍력발전기 20기가 저마다의 속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평균 이용률은 20% 선으로 1400만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신안그린에너지 측은 설명했다. 풍력단지를 운영하는 신안그린에너지는 SK E&S 등과 함께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RPS) 달성을 위한 판매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현재 추진 중인 해상풍력단지 건설사업이 완료되면 본격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자은도와 비금도 사이 해상에 300㎿ 규모의 해상풍력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신철홍 신안그린에너지 대표는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확보가 주목적이지만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당기순이익이 발생하는 등 사업이 안정화되고 있다”며 “해상풍력단지가 완성되면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광양·신안=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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