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년만에 기술직 400명 채용에

공기업·공무원·대기업 직원들 이직 고민

대졸 지원 가능할까…공고 놓고 관심 집중

수험서는 영풍·YES24서 베스트셀러 올라

“머리 싸매기 싫어요”…현대차 생산직에 대기업·공기업 직원 몰린다 [비즈360]
울산시 북구 현대차 울산공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김지윤 기자] “출근해서 회의하고, 머리 싸매고 살기 싫어요. SKY 대학교 공학석사인데 지원서를 낼까 고민 중입니다.” (블라인드, 반도체 회사 재직자)

현대자동차가 총 400명 규모의 기술직 신규 채용 의사를 밝힌 가운데 블라인드와 취업카페 등 직장인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채용공고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내놓은 수험서는 온·오프라인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채용시장을 뒤흔드는 ‘현대차 효과’다.

현대차가 기술직(현장 생산직) 직원을 신규 채용하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업계는 3D(Difficult·Dirty·Dangerous) 업종으로 여겨졌던 기술직에 대한 위상이 상승한 것이 관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서점가에도 돌풍이 불고 있다. 서원각이 내놓은 ‘2023 현대자동차 생산직 채용 필기시험’ 교재는 전날 인터파크 도서 ‘수험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예스24가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집계한 ‘취업 분야’ 도서 판매량 순위에서도 현대차 생산직 수험서 총 3권이 각각 3위, 6위, 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채용 공고에 앞서 취업 수험생들의 관심이 쏠려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주요기업·공기업 재직자들의 지원 고민이 올라오고 있다. 공무원 합격과 현대차 기술직을 견주는 글이나, 실제 현대차 기술직에 합격하기 위한 방법을 묻는 질문이 인기게시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또 취업뽀개기·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 등 취업 커뮤니티에서도 실제 채용 조건을 묻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은 기술직 채용에서 공식적으로 학력 등 제한조건을 두지 않는 추세다. 지난 2014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기업이 기술직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4년제 대학 졸업자의 지원을 배제하지 말라는 권고안을 내놓으면서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기술직 채용에 학력 제한을 걸지 않게 됐다. 실제 기아도 지난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없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대졸자와 기존 다른 사업체 경력자들이 대기업 기술직 채용에 관심을 보이는 또 다른 이유라고 분석한다.

“머리 싸매기 싫어요”…현대차 생산직에 대기업·공기업 직원 몰린다 [비즈360]
블라인드에 올라온 현대차 기술직 관련 글. [블라인드 갈무리]

기술 발달로 현장 기술직들의 업무 강도가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 생산 현장의 경우 로봇과 고도화된 생산 라인을 활용해 제품 조립이 이뤄지면서 이전보다 근무 강도가 낮아졌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울산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에 도입해 지난해 이포레스트 시범공장을 선보이는 등 생산 과정 고도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외에도 정유회사인 S오일, LG전자·삼성전자 등 다양한 생산직에도 지원자가 몰리고 있다. 작업 위험도가 예전보다 떨어졌다는 인식과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업무의 강도가 약해졌고, 단순 노무직도 많아져 이른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챙기기 쉬워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일부 자동차 기업에서는 고령의 경력직이나 대졸 지원자가 채용에 합격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자동차가 진행하는 기술직 채용은 내달 2일부터 절차에 돌입한다. 채용 규모는 400명, 학력은 고졸 이상이다. 연령과 성별에 무관하다. 내달 12일까지는 서류접수를 받고, 3월 말에 서류 합격자를 발표한다. 합격자들은 빠르면 8월 초 입사해 9월 현장에 배치된다.

현대차 기술직의 1년차 신입 평균 연봉은 성과금 포함 6000만~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기술직원 평균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만 60세 정년이 보장되고 정년 후에도 계약직으로 1년 더 근무할 수 있다. 재직 땐 현대차를 최고 30% 싸게 살 수 있고, 퇴직 후(25년 이상 장기 근속자)에도 평생 25%까지 할인받는다.

“머리 싸매기 싫어요”…현대차 생산직에 대기업·공기업 직원 몰린다 [비즈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