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A씨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곤 다시 동네 병원을 찾았다. 각종 의학용어, 영어로 가득해 도통 이해할 수가 없어서다. A씨는 “수십만원 들여 검진을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이해가 안 되더라”며 “결국 동네 의원에 가 설명을 듣곤 또 추가로 1만원을 냈다”고 토로했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B씨는 결과지를 보곤 깜짝 놀랐다. 위암 검진 판정란에 ‘양성 질환’으로 써 있었던 것. 위암이 걸렸다고 생각, 떨리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결과는 위암이 아녔다.
이는 양성이란 뜻이 2가지가 있기 때문. 병에 걸렸다는 의미의 ‘양성(陽性)’이 아닌, 병이 잘 나을 상태라는 의미의 ‘양성(良性)’도 있다. 즉, B씨의 경우 양성 질환은 ‘질환이 잘 나을 수 있는 상태’란 의미였던 것. B씨는 “상세히 표기하지 않고 무작정 위암 판정란에 양성이라고만 써 놓을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건강검진 결과지가 너무 어렵다. 그러면서도 따로 의사를 만나 설명을 들을 기회도 없다. 그러다보니 A씨, B씨처럼 설명만을 위해 또 병원을 찾거나 결과를 잘못 이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통상 건강검진은 결과지 종합소견에 한글로 적혀 있으나, 세부내역은 영어나 의학용어로 정리돼 있다. 그러다보니 검진 결과를 해석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호소가 이어진다.
A씨는 “몇 십 만원 돈 낸 곳에서는 설명을 못 듣고, 1만원도 안 낸 다른 의사에게 설명을 듣고 있자니 기가 차서 어이없을 판”이라는 푸념했다.
의학용어를 한글로 과도하게 번역하는 과정에서 오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양성의 2가지 뜻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도 그 예다. 의료계 관계자는 “예를 들어 우리에게 익숙한 MRI와 CT를 각각 자기공명영상법, 컴퓨터단층촬영으로 번역한다면 일반인들이 오히려 헷갈린다”며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무작정 의학용어를 한글로 바꾸는 것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시중엔 건강검진 용어를 설명하는 책까지 출판된 상태다. 실제 온라인 서점 등에서 판매 중인 한 책은 소개글을 통해 ‘검진 결과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어려운 의학 설명을 최대한 배제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건강검진 후 충분히 의료진에게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강검진의 완료는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까지 설명하는 것이지만, 제대로 설명하려면 30분 이상 소요된다”고 전했다.
고가의 종합병원 건강검진 프로그램은 이 같은 서비스가 제공되지만, 일반적인 건강검진은 검진 후 따로 설명을 듣는 시간 자체가 없거나 부족하다.
보건복지부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용어 한글 병행 표기를 의료계와 협의하고, 수검자 선호도 등 실태조사를 통해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k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