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아파트 직거래 조사결과 발표
편법증여 등 불법의심거래 276건 적발
국세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 통보
3월부터 신고가 허위계약 기획조사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1. A씨는 자신이 전세로 살던 B법인 소유 아파트를 직거래로 시세보다 크게 낮은 21억원에 샀다. 확인해 보니 B법인의 대표는 A씨 아버지였다. A씨는 이 아파트 매수 자금을 기존 전세보증금 8억5000만원과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12억5000만원으로 마련했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애초에 B법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준 기록(전세보증금 이체 내역, 장부처리 내역 등)도 없었다. 정부는 A씨와 A씨 부친이 법인자금 유용과 편법증여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국세청에 통보했다.
#2. 20대 C씨는 부모 소유 아파트를 17억5000만원에 매수하면서,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10억원을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나머지 돈은 부모를 임차인으로 하는 전세계약(전세 보증금 8억원)을 통해 해결했다. 정부는 지급능력이 없는 20대 자녀가 부모로부터 거래대금 전부를 조달한 정황 등을 고려해 탈세를 했다고 의심해 국세청에 통보했다.
국토교통부는 공인중개사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에 대해 지난해 11월부터 기획조사를 한 결과, A씨와 같은 불법의심거래 276건을 적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최근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직거래가 차지하는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직거래하는 이상동향이 계속 확인돼 불법 의심 고・저가 직거래에 대한 고강도 기획조사를 실시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1차로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부동산 거래 중 동일 부동산을 매도 후 매수하거나, 시세 대비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매매한 거래, 특수관계인 간 거래 등 선별된 이상거래 802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편법증여‧명의신탁 등 위법 의심거래가 전체 조사대상의 34.4%에 해당하는 276건이나 발견됐다.
세부적으로 세금을 줄이기 위해 ‘업·다운계약’을 하거나 계약일을 거짓으로 신고하는 ‘거래신고 위반’이 21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특수관계자 간 직거래를 통한 편법증여 또는 차입금 거래’(77건), ‘명의신탁’(19건), ‘대출용도 외 유용’(18건) 등이 따랐다.
정부는 위법 의심 내용에 따라 지자체, 국세청, 경찰청, 금융위원회 등으로 통보해 추가 조사 후, 혐의가 확정될 경우 탈루세액 징수, 대출금 회수, 과태료 부과 등 조치하도록 했다.
정부는 2022년 9월 이후에 거래된 아파트 직거래를 대상으로 3월부터 2차 기획조사를 추가로 실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아울러 허위 신고가로 거래신고를 했다가 이를 취소하는 이른바 ‘실거래가 띄우기’에 대해 3월부터 7월까지 5개월간 기획조사를 하기로 했다. 최근 신고가 매매 후 1년 이상 경과 후, 계약이 해제되는 등 이상거래 의심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이루어진 거래 중 ‘장시간 경과 후 계약 취소’, ‘특정인이 반복해 신고가 거래 후 계약 취소’, ‘투기지역 고가거래 후 취소’ 등 의심 사례를 선별해 실시할 계획이다.
조사는 계약서 존재, 계약금 지급 및 반환(배액배상) 등 확인을 통해 허위로 실거래 신고가 이뤄졌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그 과정에서 명의신탁·탈세 등 위법사항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고·저가 직거래를 편법증여나 명의신탁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시세를 왜곡해 시장 불안을 초래하므로 엄정하게 관리해 나가겠다”면서 “매매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실거래 가격을 상승시킬 목적으로 고의로 허위신고 했다가 해제해 시장가격을 교란시키는 행위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해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