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주립대 정규 교과과정 개설

처음으로 글로벌 대학에서 정규수업 의미

엔터산업 넘어 무용사 한 갈래 인정

백인중심 편견 극복·경제효과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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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댄스’가 미국 대학에 교과과목으로 개설된다. K-팝 댄스가 북미지역 대학에서 정규 과목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은 그룹 ‘블랙핑크’의 프랑스 파리 콘서트. [YG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 댄스’가 미국 대학에 정규 교과과목으로 개설된다. K-팝 댄스가 글로벌 대학에서 정규 과목으로 채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K-팝 댄스가 서구·백인 중심의 무용사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학문적 의미는 물론 K-콘텐츠가 ‘반짝 유행’이 아닌 글로벌 문화의 메인 스트림(Main stream·주류문화)으로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에 따라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는 등 경제유발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SDSU, 무용과 필수·인문학 교양으로 ‘K-팝 댄스’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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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연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교수가 북미 대학 무용과에서 처음으로 개설된 ‘K-팝 댄스’ 수업을 맡았다.

27일 학계 등에 따르면,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학(이하 SDSU)은 오는 가을학기부터 K-팝 댄스를 무용과 이론, 실기 정규 교과과목으로 개설한다. 3학년 학생부터 들을 수 있는 3학점짜리 무용 전공 필수과목이자 인문학 교양수업(General Education- Humanities) 중 하나로 제공한다.

SDSU 측은 “‘K-팝 댄스’ 과목은 다양성(Diversity requirement)을 충족시키는 교양과목으로, SDSU의 모든 학생이 졸업 전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인문학 과목 옵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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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마이트' 안무를 하고 있는 방탄소년단(BTS). [유튜브 캡처]

해당 과목은 K-팝 댄스를 처음으로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정립한 오주연 SDSU 교수가 수업을 진행한다. 오 교수는 북미 최초의 한국인 무용이론 종신교수로, 지난 2015년 K-팝 댄스로 박사 논문을 썼다.

오 교수는 “K-팝 댄스는 현재 대부분의 미국 대학에서 댄스동아리를 찾아볼 수 있고, 중·고등학교에선 방과 후 수업으로 제공할 만큼 대중화됐다”며 “이전까진 K-팝 댄스가 커버댄스, 플래시몹 등 팬덤의 영역이었다면 이젠 교육 영역에서도 한 장르로 위치가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K-팝 댄스가 단지 엔터테인먼트산업 측면에서가 아닌 무용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장르로 인식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오 교수는 “K-팝 댄스에는 현대무용을 비롯해 한국무용, 발레, 보깅 등 굉장히 많은 춤의 뿌리가 담겨 있다”며 “K-팝 댄스가 교과과정으로 편입된 것은 무용사와 춤을 학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K-팝 댄스’가 필수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수업은 오 교수의 학술 저서인 ‘케이팝 댄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팬더밍하는 방법(K-pop Dance: Fandoming Yourself on Social Media)’을 기본으로, 16주간 K-팝 댄스의 역사와 진화, 팬덤, 사회문화 및 정치적 의미를 다룰 예정이다. 학생들에겐 ‘K-팝 댄스 챌린지’와 같은 과제도 주어진다.

오는 7월엔 캘리포니아주립대학(CSU) 서머스쿨에서도 ‘K-팝 댄스’ 수업이 개설된다. 이 수업 역시 오 교수가 맡았다. 7월 10~23일 2주간 진행되는 수업엔 미국과 한국의 저명한 K-팝 안무가를 초청, K-팝 안무를 직접 배우고 학기 말 공연하는 방식으로 마무리된다. 수업에선 K-팝 댄스가 노래에서 시작된 장르인 만큼 ‘노래별 안무 학습’에 집중한다.

오 교수는 “발레 수업이 동작의 테크닉 난이도에 따라 진행된다면, K-팝 댄스 수업은 상대적으로 쉬운 아이돌 댄스에서 고난도 아이돌 댄스로 넘어가며 레벨에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무용사 주요 갈래로 인정…경제효과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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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젊은이들이 K-팝 커버댄스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글로벌 대학에서 전공생을 위한 필수과목으로 ‘K-팝 댄스’가 선정된 것은 K-팝 댄스가 무용사에서도 중요한 갈래로 인식됐다는 학문적 의미가 있다. 특히 서구와 백인 중심의 순수예술이 아시아권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기존의 대중문화 및 인종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는 사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이와 함께 K-콘텐츠가 글로벌 주류문화에 포함되면서 생길 수 있는 경제적 유발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K-팝 댄스의 대중화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가면 한국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난해 4월 발표한 ‘K-콘텐츠 수출의 경제효과’에 따르면,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늘 때 소비재 수출은 1억8000만달러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출을 포함한 생산유발 효과는 5억1000만달러, 취업유발 효과는 2892명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오 교수는 “K-팝 댄스의 특이점은 공통된 움직임이 많고 학생 다수가 K-팝 안무를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라며 “K-팝 댄스에선 모방이 중요한 가치이자 교육의 방법론으로, K-팝 댄스의 특징을 수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