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이미 금리는 높은 수준이다. 이것이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봐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3.5%와 3.75%로 팽팽히 맞서던 한국은행의 최종금리 수준이 3.5%로 좀 더 기우는 모습이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이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고, 물가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생산자물가지수도 두달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물가상승이 가파르나, 총재의 말처럼 금리 인상이 일곱차례 연속 숨가쁘게 이어온 만큼 한은이 이에 대한 효과를 살펴보고 통화정책을 새로 세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2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기준금리 인상을 쉬어갈 가능성이 높다.
한은은 올해 물가 흐름을 '상고하저'로 내다보고 있다. 5%대 물가상승률로 시작하지만,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3.6%를 지키고 있다. 긴축 고삐를 늦출 명분이 있는 셈이다.
이달 금통위 직후, 앞으로 물가와 성장, 금융안정 등을 모두 고려한 정교한 통화정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종전 '물가안정'만을 강조하던 것과 달라진 점이다. 실제 이 총재는 4분기 우리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기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물가가 점차 안정되고 경기가 생각보다 더 둔화되면, 긴축 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없어진다.
13일 금통위보다 18일 외신기자클럼에서의 발언이 더 비둘기적(통화완화선호)이었다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실제 총재는 3대 3으로 갈라진 금통위원들의 의견 중 최종금리 3.5%를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금리 발표 전에는 시장에서 최종금리를 3.5%, 3.75%로 보는 기대가 반반이었는데 금통위원 3명이 3.5%, 나머지 3명이 3.75%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명시하니 3.75%를 생각하는 시장 사람들은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의 의견도 3.5%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데 모아지고 있다. JP모건과 씨티 모두 한은의 최종금리가 3.5%가 될 것이라고 전했고, 씨티는 올 8월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BNP파리바는 최종 정책금리 수준을 여전히 3.75%로 유지했다. 금리 동결 후 인하 시점도 내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