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 및 정책과제’ 보고서
“미분양 급증, 연착륙 위해 공급축소 검토필요”
“시세보다 저렴한 금리 정책 대출 상품 내놔야”
“규제완화대책 다수 입법사안…”여야협치 필수“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국회에서 침체된 주택시장 회복을 위해서 주택공급계획 축소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역대급 침체가 계속될 조짐인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70만호 주택 공급계획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정부가 노리는 연착륙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내놓은 ‘최근 부동산시장 동향 및 리스크 요인과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정부의 공급계획은 최근 금리인상, 주택가격 하락, 미분양 증가 등의 상황을 고려할 때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이 적절한 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270만호 주택공급확대 정책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정부는 과거 5년여 기간 발생한 주택가격 급등이 주택 공급 부족에서 초래한 측면이 크다고 판단해 지난해 8월 내놓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통해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향후 5년간 270만 호(연평균 54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별로 수도권에 158만 호(서울 50만 호 포함), 비수도권에 112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문재인정부 기간 257만 호보다 13만 호 많은 물량으로, 최근 집값 하락세가 가파른 수도권에만 이전 정부보다 29만 호 더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입법조사처는 “정부입장에서 주택 공급 시기 등을 조정하면 윤 정부가 기존에 제시한 주택 공급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최근 미분양 주택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주택 공급량이 증가할 경우 주택 시장 침체가 길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공급 시기와 물량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부가 내놓은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선 단기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새 정부가 발표한 규제완화 정책의 상당수가 입법 사항이고, 금리 인상으로 인해 주택매매 수요가 위축돼 단기적인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연착륙을 위해선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진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전했다. 입법조사처는 “기준금리와 대출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수요 진작이 이루어지지 않아 주택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주택 실수요자를 위해 시세보다 저렴한 금리의 정책 대출 상품과 주택대출 이자 지급액에 대한 소득공제 범위 확대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윤 정부에서 새로 부활시킨 ‘아파트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주문했다. 기본적으로 2017년 제도를 도입했다가 2020년 폐지하고, 이번에 다시 부활시키는 과정에서 정책 신뢰가 떨어졌다는 점을 고려해 다주택자들의 참여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 적용하고 있는 임대의무기간(10년), 임대료 인상 제한(연 5%), 임대보증금반환보험 의무가입 등은 기존 집값 상승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계속 현행처럼 유지한다면 제도 활성화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따라 “규제완화정책이 주택투기수요로 전환되는 건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주택시장 하락이 계속되는 시기라면 임대사업자 유인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택가격 하락시기엔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가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대출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금융위원회가 2023년 5월 선보이기로 한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 차주들이 금융회사들의 금리 비교 후 저금리 대출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만전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국회 입법조사처 장경석·박인숙 입법조사관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규제완화 대책은 다수가 입법사안으로 국회 차원에서 논의가 계속되어야 한다”며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시의적절하게 반영되고,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야협치를 통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