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 직장인 신모(27) 씨는 최근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3박4일 여행을 위해 약 80만원을 챙겨 갔는데 예상보다 많은 금액인 약 30만원 정도를 남겨왔다. 엔저(엔화 약세) 덕분이었다. 신 씨는 “종종 일본으로 여행을 가곤 했는데 이번엔 평소보다 많이 남았다”며 “이 정도 비용이 들면 국내 여행 갈 바에 일본 여행 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 작년 12월 일본으로 3박4일 여행을 다녀온 한 커플도 평소 일본 여행보다 훨씬 저렴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커플이 밝힌 항공권과 숙소 비용 제외 여행 경비는 약 40만5000원이었다.
한때 국내를 강타했던 노노 재팬(No Japan)이 무색하게 일본 여행객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상 초유의 엔저 현상으로 엔화 가치가 예전보다 크게 떨어진 데다 연말연시 여행객들을 겨냥한 여행사들의 특가 혜택까지 쏠렸기 때문이다. 여행사들이 함박 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통신사들도 수혜를 톡톡히 입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KT로부터 제공 받은 ‘KT 로밍 서비스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2월 로밍 서비스 이용객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약 60%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KT 이용자의 로밍 서비스 최다 이용국가는 일본이었다. 전체 로밍 서비스 이용자의 24%가 일본에서 로밍 서비스를 이용했다. 해외를 찾는 KT 이용자 4명 중 1명이 일본을 찾은 셈이다. 일본 다음으로는 베트남(13%), 미국(9%) 순으로 로밍 서비스 이용자가 많았다.
일본을 찾는 여행객의 회복세는 다른 국가에 비해 가파르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에 따르면 일본으로 출국한 여객 이용자는 코로나19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작년 12월 일본으로 출발한 여객 이용자는 57만922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2월 여객 이용자 수(56만580명)보다 1만명 가량 많아진 수치다.
일본 여행객 숫자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빠르게 회복한 배경으로 엔저 현상이 꼽힌다. 작년 3월 100엔당 1069.16원까지 올랐던 환율은 작년 11월 934.53원까지 떨어졌다. 1월 16일 기준 100엔당 967.29원으로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엔데믹이 가시화되며 일본 여행객 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오며 로밍 서비스 이용객은 약 3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KT는 해외 여행 재개에 맞춰 로밍 서비스 이벤트도 내놓고 있다.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5G 요금제 이용 고객 대상으로 로밍 데이터를 무제한 제공하고 있다. 또 KT 이용자끼리 로밍 서비스 이용자의 데이터를 최대 2명까지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함께 ON’ 등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