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수십 년의 다이빙 경험을 통해 산호초가 어떻게 퇴화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았습니다. 우리의 존재로 바다가 어떻게 고통받고 쇠퇴하고 있는지도 보았습니다”
13년 만에 ‘아바타2:물의 길’로 돌아온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말이다. 숲에서 바다로 옮겼을 뿐, 아바타를 통해 그가 하고픈 메시지는 명확하다. 환경을 보존하고 환경과 공존하자.
그도 이런 상황까지 알고 있을까. 3D 영화 대중화를 이끈 아바타가 대규모 3D 안경 쓰레기를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 아바타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그와 동시에 300만개에 이르는 일회용 안경 쓰레기가 쏟아졌다. 더 많은 이들이 볼수록 더 많은 쓰레기가 생긴다.
아바타2 흥행의 주원인은 3D 열풍이다. “아바타는 3D”란 입소문이 퍼지면서 실제 국내 관객 중 절반 이상이 아바타2를 ‘특수 상영관’에서 봤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아바타2 2D 디지털 상영관의 누적 관객은 432만2464명(이하 지난 8일 기준)으로 49.4%로 절반 수준이다.
대신 ▷3D 디지털 289만5601명(33.0%) ▷아이맥스 3D 60만7306명(6.9%) ▷4D 54만276명(6.2%) ▷스크린X 21만7795명(2.5%) ▷돌비시네마 3D 19만3212명(3.1%) 순으로 관람했다.
영화관에서 사용되는 3D안경 대부분은 한번 쓰고 버려진다. 물론, CGV 아이맥스나 메가박스 돌비시네마 등 일부 특수 상영관은 고품질 안경을 쓰는 탓에 다회용으로 재사용한다. 하지만 대부분 3D 상영관에서 쓰는 안경은 한번 쓰고 폐기한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인한 고객의 불안감을 고려해 안경을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관객이 집에 가져가는 건 자율이고, 그렇지 않으면 모두 일회용으로 처리한다”고 전했다.
아바타2 3D 흥행에 따라 버려지는 안경 쓰레기의 양도 역대급이다. 일반 3D 상영관 관람객만 해도 이미 289만5601개 이상의 안경 쓰레기가 나왔다. 당연히 관객 수가 늘어날수록 쓰레기도 더 늘어난다.
3D 안경이 원래부터 일회용이었던 건 아니다. ‘아바타’가 개봉했던 2009~2010년엔 영화관에서 전 직원이 매달려 안경을 닦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흥행을 미처 예상하지 못해 3D안경 수량 자체가 부족하기도 했고, 안경 단가가 높아 재사용은 필수였다.
하지만 영화 값에 안경 가격이 포함된다는 여론과 얼룩진 안경을 받는다는 소비자 불만 등이 거론되면서 일회용 사용으로 바뀌었다.
특히,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오히려 영화관 측에서 적극적으로 일회용 안경 사용으로 전환하고 대대적으로 이를 홍보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와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이젠 3D안경을 재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3D안경을 회수 후 재사용한 사례도 있고 여전히 특수 상영관의 일부 안경을 회수하고 있어 영화관의 결정만 있다면 쓰레기를 쉽게 줄일 수 있다.
허승은 녹색연합 녹색사회팀장은 “국내 영화 대부분을 멀티플렉스 3사가 독점 공급하는 형태라 3D안경을 수거 및 재사용할 수 있는데도 소비자 편의나 코로나19 전파 등을 이유로 폐기하는 건 문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