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1·10년물 금리차 빠른 축소
경기우려 심리 완화
美 헤지펀드 달러 숏베팅 1년5개월來 최대
올 증시 ‘상고하저’ 전망 증권사 나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경기침체 신호로 인식되는 장단기 금리차의 역전 현상이 새해 들어 빠른 속도로 완화되는 모습이다. 조만간 역전이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장단기 금리차는 역사적으로 시차를 두고 주가지수를 선행해왔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바닥을 찍고 상승 국면에 진입하는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1·10년물 금리차는 지난해 11월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12월 중순에는 -30bp 수준까지 금리가 벌어졌는데, 이후에는 축소 흐름을 보이다 새해 첫 거래일인 지난 2일에는 플러스(4.2bp)로 시작했다. 그 뒤로 금리차는 지난 9일까지 -3~10bp(1bp=0.01%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이면서 작년보다 레벨이 상향된 모습이다. 이처럼 금리 역전이 완화되는 이유는 1년물 금리가 10년물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 주식 등 위험자산보다는 채권 등 안전자산으로 수요가 몰린다. 특히 오랜 기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10년물 등의 장기채에 대한 인기가 올라가는데, 채권은 가격이 올라가면 금리는 떨어진다. 그런데 금리 하락 속도가 1년물 등 단기채보다 빠르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고, 시장에서는 이를 경기 침체 신호로 인식하게 된다. 기업의 자금 조달 측면에서도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고조되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해당되는 장기 금리보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 가능성에 따른 단기 금리가 빠르게 오르게 되면서 역전이 발생되는 것이다.
그동안 국채 1·10년물 금리차는 코스피 지수와 동행하거나 한달 정도 선행하며 움직여왔는데, 해가 바뀌면서 금리 역전폭이 좁혀지는 쪽으로 방향성이 달라졌기 때문에 증시도 이에 맞춰 기조 전환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올 들어 침체 정도가 우려했던 수준은 아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면서 이를 주식시장이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지난 9일 한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경제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위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들어 달러 강세가 주춤한 것도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주 미 헤지펀드들의 달러에 대한 숏(하락) 베팅은 3만457건으로 2021년 8월 이후 가장 많았다. 그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 달러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달러 약세는 위험자산과 신흥국 통화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게 된다. 이의 영향으로 원화가치가 오르고 이에 따라 코스피의 매력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최근 외국인 매수 행렬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증시가 G20(주요국) 주식시장 중 전쟁 중인 러시아를 제외하면 사실상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기 때문에 반등 여력이 가장 크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에 그동안 증권사들은 올 증시를 대체로 ‘상저하고’로 예상해 왔지만, 이와 반대로 ‘상고하저’를 내다보는 증권사도 나오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를 통해 “올 한해 시장이 쉽지 않겠지만 긍정적인 모멘텀은 오히려 상반기에 몰려 있고, 증시는 이미 많이 하락해 있다는 판단”이라며 “코로나 판데믹 이후의 거대한 매크로 장세는 마무리되고 있는데 굳이 증시 패턴을 따지자면 상반기의 반등 폭이 상대적으로 크고 하반기에는 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