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6천만원은 서럽네요” 1억원 안되면 가입도 못하는 채용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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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10여년 직장생활 연봉 6000만원. 주위에 연봉 1억원 넘는 친구가 많아 가뜩이나 서러운데” (직장인)

억대 연봉 직장인이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세청이 국세통계포털에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근로자 가운데 총 급여가 1억 원을 초과하는 ‘억대 연봉자’가 11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91만6000명을 기록한 전년보다 22.6% 증가한 수치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영향에도 일부 기업이 실적 호조를 나타내면서 정보기술(IT) 업종 등을 중심으로 임금 인상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IT 업종이 몰린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는 개발자 ‘이직 러시’가 몰아쳤다.

네이버·카카오·엔씨소프트 같은 빅테크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대거 쓸어가자 스타트업들이 국내 최고 수준의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연봉의 1.5배를 부르는 일도 많았다. 이들 기업들의 직원 평균 연봉은 1억원을 훌쩍 넘는다. 올 들어 경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채용 열기가 사그라 들었지만 여전히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존재한다.

“연봉 6천만원은 서럽네요” 1억원 안되면 가입도 못하는 채용앱
‘리멤버 블랙’ 채용관 [리멤버 홈페이지 캡쳐]
“연봉 6천만원은 서럽네요” 1억원 안되면 가입도 못하는 채용앱
[게티이미지뱅크]

이런 추세에 따라 온라인 채용 서비스도 소수의 고액 연봉자를 겨냥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최근 리멤버 운영사 ‘드라마앤컴퍼니’는 상위 5%에 속하는 억대 연봉자를 겨냥한 채용관 ‘리멤버 블랙’ 선보였다. 국내에서 억대 연봉 채용 공고만 모은 서비스로는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직 전년도 총 근로소득 1억원 이상을 인증한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 그동안 이직을 원하는 억대 연봉자들이 인맥을 통해 한정적인 채용 정보를 얻었던 점에서 착안했다. 자격을 갖춘 사람들이 인증을 거쳐 서비스에 가입하면 연봉·업종·직무·직급·지역 등 원하는 조건에 맞춰 채용 공고를 조회할 수 있다.

최재호 드라마앤컴퍼니 대표는 “억대 연봉자들을 위한 하이엔드급 이직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이라며 “신입, 저연차 경력직 위주의 기존 잡포털과 달리 업계 최상위 플레이어들을 위한 새로운 커리어 기회의 장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연말정산을 신고한 직장인 수는 1995만9000명으로 전년(1949만5000명) 대비 2.4% 증가했다. 평균 급여는 4024만원으로 전년(3828만원) 대비 5.1% 증가했다. 근로소득 상위 10%가 지난해 전체 근로소득세의 73.2%를 부담했다. 근로자 중 35.5%에 이르는 704만 명은 연봉이 낮아 근로소득세를 내지 않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