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종가 기준 2년 연속 하락 없어
한국 증시 저평가, 자금 유입 기대
中경기 회복·美금리 인하 훈풍 필요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2022년 마지막까지 코스피가 하락세를 이어간 가운데, 기업 실적 저하 우려로 올해 전망마저 어둡다. 그러나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주춤해진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하반기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한국 증시가 상승장을 그릴 수 있단 기대감도 여전하다.
1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코스피가 2년 연속 하락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02년, 2008년, 2011년, 2014년, 2018년, 2022년 연말 코스피는 지난해 연말 종가 대비 하락했다. 하락을 보인 이후에는 최소 2년간 상승장을 기록했다. 연초 주가와 연말 주가를 비교했을 때 2013년과 2014년에만 유일하게 2년 연속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저평가에 따른 코스피 반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가 하락하는 시기에 전 세계 주요국 대비 크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고 이후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다는 의미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코스피가 내린 해에는 주요국 증시 대비 크게 하락하면서 저평가 매력이 나타났다”며 “글로벌 투자가 확산하면서 해외 자금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을 쫒아다니는 양상을 보이고, 이에 따라 한국에도 매수세 유입이 많아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내려가 있어 상당히 저평가 구간”이라며 “기업 이익이 더 하락한다 해도 코스피는 지난해보다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코스피 주가 상승률은 G20 및 아시아 국가를 포함한 주요 27개국 중 25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쟁 중인 러시아가 27위를 기록해 사실상 밑에서 두 번째다.
다만, 연말 종가만을 기준으로 삼아 결과론적인 해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는 코스피가 성장하기 위해선 미국과 중국에서 호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방역 완화 이후 중국 경제가 살아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 한국 증시도 저점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단 평가다.
정 연구원은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보다 떨어지겠지만, 중국은 정부 지출 증가로 5.2% 수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중국 경제가 어떤 강도로 상승하는지에 따라 시장을 밀어 올리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 방역 정책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공급망과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1분기 이후 중국 경기 회복이 본격화하면 글로벌 수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초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고 소비가 어려움을 겪겠지만, 중국 당국의 관리로 1년 내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웃도는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5.4%로 올렸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시장의 중국 성장률 평균 전망치(컨센서스)는 4.8%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중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은 기대감을 놓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월가의 10개 투자은행(IB) 중 6개가 연준이 올해 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위험 자산인 한국 주식의 매력이 다시 살아나면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미·중 발 훈풍에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와 같은 ‘삼천피’를 기대하긴 어렵다. 대다수 증권사가 올해 코스피 상단으로 2550~2640 수준을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