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성과·생활이력 빅데이터 축적

학생 쌓아온 노력 지속적 평가 가능

입시제도 맹점 보완 문제 해결사 역할

공교육-에듀테크 만남 우려 시선엔

콘텐츠·SW 등 민간 ‘문호개방’으로

선택 넓힌 다양한 교육활동 가능

교육행정 전반 자동화로 효율 극대

미래 에듀테크 평생·성인교육 이전

교육 패러다임 전환에 앞장 기대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무실에서 향후 에듀테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이길호 한국에듀테크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사무실에서 향후 에듀테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코로나19 3년. 학생들의 일상이 담겨있던 학교가 예기치 않은 공백을 맞으면서 낳은 부작용은 최근까지도 학력격차 등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교육의 위기가 얄궂게도 에듀테크에는 재발견 기회가 됐다. 변화, 특히 디지털 전환이 더뎠던 공교육에도 에듀테크가 빠른 속도로 진입했다.

그럼에도 공교육과 에듀테크의 만남을 경계하는 시선이 여전하다. 현 정부에서 인공지능(AI) 보조교사 등의 정책을 추진하자 빠른 변화 속도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길호 한국에듀테크협회 회장은 에듀테크가 현행 대학 입시의 대안까지 될 수 있다고 단언했다.

이 회장은 삼성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최근 본지와 만나 “현재까지는 대입이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지필고사에 의존하는 형태지만, 에듀테크 분야의 발전이 평가제도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할 것”이라 전했다.

대입은 공교육의 최종 목표이자 종착지처럼 인식되고 있다. 크게 수시와 정시로 전형이 갈리지만, 맹점은 여전하다. 단 하루 진행되는 시험(수능)으로 그간 학생들이 쌓아온 노력을 전부 평가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수시 전형이 나왔지만, 최근에는 정시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거세지고 있다. 수시가 학생들의 ‘패자부활’ 기회를 인정하지 않고, 공정성에서도 의문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전국 단위의 학생들이 같은 기준으로 시험을 치르는 정시가 공정할 것 같지만,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에서도 집안의 뒷받침이나 정보력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에듀테크 기반으로 한 학생의 학습 성과를 데이터로 축적한다면,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면서도 지속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입시 제도의 문제를 우회해 해결하는데에 에듀테크가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듀테크는 스마트패드를 기반으로 유·초등 단계에서의 학습을 하거나 중·고교에서 인터넷강의를 듣는 것 정도로 인식됐다. 에듀테크 기반으로 대입의 형태가 전국 단위의 지필고사에서 탈피한다면, ‘인강’(인터넷강의) 시장은 위축될 소지도 있다. 국내에서 인강 활용이 활발했던 배경 중 하나도 전국 수험생들이 같은 과목의 시험(수능)을 치르기 때문에, 강좌 하나만 녹화 해 놓으면 1년 내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 회장은 “앞으로 에듀테크는 서서히 평생교육이나 성인교육 쪽으로 의제를 이전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일정 나이대까지 한 직업으로 경제생활을 한 후 은퇴해도 생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재교육이 필수”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교육체계를 재구성해야 하는데, 대학 중심으로만 이를 생각하면 한계가 크다”고 지적했다.

대학을 넘어서는 평생 교육을 위해 에듀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평생교육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안하는 큐레이션(구독) 서비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그는 평생교육에 쓸 수 있는 바우처 등을 제안하며 “기존 지원 예산 등에 일부만 더하고 체계적으로 정리만 해도 상당히 좋은 결과를 낳을 것”이라 내다봤다.

사교육 시장에서는 국·영·수 등 학과 강의 외에도 미술, 피아노, 체육활동 등 예체능 분야까지 에듀테크가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에는 접목이 제한적이었다. 그나마 코로나19로 도입이 활발해진 편이지만, 여전히 보수적인 선택지 때문에 벽이 있다는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 회장은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을 지원하는 도구나 콘텐츠도 학술정보원이나 EBS 등 관(官)에서 만든 것 중심으로 쓰다 보니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며 “콘텐츠나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민간에 개방하면 더 역동적이고 다양한 학습소재가 진입할 수 있고, 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진다”고 제언했다.

그는 “그나마 나라장터에서 재작년부터 (에듀테크 업체들이 많이 보유한) 구독형 모델에 대한 계약서가 만들어졌다”며 코로나19 이후 일련의 변화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회장은 민간에서 개발한 에듀테크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도입하는 방식에 대해 영국의 모델을 제안했다. 영국은 교육기자재협회(BESA·British Education Suppliers Association)에서 시중에 출시된 교구나 에듀테크 프로그램, 콘텐츠, 기자재 등을 망라해 품평을 ‘렌드에드(LendED)’라는 사이트에 올려놓는다. 일선 학교는 기자재 등을 구매할 때 사이트의 평을 참조해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에듀테크라면 당장 학생들이 PC나 스마트기기 화면을 들여다보며 학습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행정 효율화 효과’도 상당하다.

미국에서는 하버드 대학이 학부생 모집, 면접부터 도서관 문헌정보 이용, 동문 네트워킹까지 민간 에듀테크 기업에 개방해 ‘언번들링(unbundl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이 회장은 “공교육에 에듀테크를 적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세 가지”라며 ▷빅데이터 기반의 학생 개별 진단 ▷학습·학생관리 도구로 활용 ▷교육 행정 전반에서의 자동화 등을 들었다. 이는 현 정부의 ‘AI 보조교사’ 구상안과도 맞닿아있다. 스마트기기 기반의 AI 보조교사가 학생들의 개별 학습을 돕고, 교사는 학습보다는 학생 지도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안이 발전된다면 학교의 개념이 공간 중심이 아니라, 공간이 달라도 학생들끼리 다양한 활동을 같이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학교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에듀테크의 발전은 결국 학교와 지역사회 커뮤니티를 연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그는 “학교가 코로나19 이후 지역사회와 떨어지는 길을 많이 걸어왔는데, 지역 커뮤니티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복권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지역사회 일원들이 참여하려 할 때 시공간적 제약이 완화되어야 하는데, 그런 장치들을 에듀테크가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