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10월 車 생산·판매, 전년 뛰어넘어
이륜차 천국서 ‘전기차 격전지’로 부상
현대차 공장 건설...판매망 구축 박차
저가 전기차 중심 글로벌 완성차 격전
# 베트남 하노이에 도착해 공항을 빠져나오자 도로를 가득 메운 이륜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따금 보이는 ‘네 바퀴’ 자동차와 완성차 브랜드를 광고하는 입간판이 반가울 정도다. 현지 관계자는 “이륜차 문화가 여전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소비 성향이 변화하면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며 “자동차 관련 산업에 종사하면서 제조국의 자부심도 높다”고 했다.
‘이륜차의 천국’으로 불리는 아세안(ASEAN)이 자동차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과거 저렴한 소형차 위주의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전기차 등 고부가 차종으로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고 있다. 단순 소비 시장을 넘어 미래차 생산기지로 주목받으며 업계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14일 아세안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아세안 주요 7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는 283만5583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4% 증가한 규모다.
수요가 몰리자 생산도 급증하는 추세다. 싱가포르를 제외한 6개국의 생산량은 같은기간 29.0% 늘어난 364만8711대에 달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아세안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300만대 내외의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이지만, 젊은 인구가 많아 성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아세안 인구는 6억6000만명으로, 세계 세 번째로 많다. 특히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네시아에서는 10~24세 인구가 전체의 28%를 차지한다. 높은 경제 성장률도 매력적이다.
그동안 아세안 자동차 시장은 사실상 도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장악해 왔다. 아세안은 2018년부터 역내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고 통합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발 빠르게 아세안 역내에 자동차 생산과 부품 공급 네트워크를 갖춰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흐름이 바뀌고 있다. 고가 자동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전기차 등 미래차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가 상대적으로 전기차 개발에 뒤처진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테슬라 등 전기차 선도 브랜드가 아세안 현지에 속속 침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브카시 델타마스 공장에선 연내 15만대, 향후 25만대 규모의 연간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이 공장에서는 소형 SUV ‘크레타’와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 등을 생산 중이다.
베트남 닌빈에서는 9월 2공장 완공에 이후 본격적인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올해 베트남에서 승용차 10개 모델 라인업을 구축해 현지 1위인 토요타를 추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세안에서 전기차 판매가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태국이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생산량에서 전기차 비중을 30%까지 높이겠다며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현대차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최근 태국에 생산·판매 자회사인 현대모빌리티태국을 설립했다. 현대차는 현지 법인 설립을 계기로 ‘크레타’와 ‘아이오닉5’를 직접 판매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전용 전기차를 태국 현지에서 조립생산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완성차 브랜드도 태국에 뿌리를 내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미국 테슬라는 최근 방콕에서 쇼케이스를 열고 ‘모델3’와 ‘모델Y’ 출시를 공식화했다. 내년에는 태국에 첫 서비스센터도 연다. 전용 고속충전기인 수퍼차저는 내년 2월부터 연말까지 10대 이상 설치할 계획이다.
토요타 등 일본 업체도 태국 전기차 시장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EQS450+’ 모델을 태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중국 BYD도 2024년부터 가동을 목표로 태국에 첫 해외 공장을 짓는다.
업계 관계자는 “아세안 시장이 전기차 패러다임 전환에 따라 급격하게 확장하면서 다양한 완성차 업계의 마케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륜차 문화에서 벗어나야 하는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를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노이=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