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대표 간식 대추야자, 카타르서도 즐겨
천연 감미료 역할…글로벌 시장서 주목
미국 홀푸드, ‘내년 트렌드 식품’에 선정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2022 카타르월드컵을 시청하며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음식은 일명 ‘치맥(치킨과 맥주)’이다. 한국인에게 치킨과 맥주라는 영혼의 ‘꿀조합’이 있다면, 카타르인에게는 밀크티에 대추야자(dates·데이츠)가 환상의 조합이다.
달콤한 밀크티에 단맛이 강한 대추야자를 더한 이 조합은 한국인에게는 마치 초콜릿케이크에 캐러멜마키아토를 마시는 것처럼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평소에 단맛을 무척 선호하는 카타르인에게는 문제 없는 음식이다. 카타르인은 현지에서 카락(karak·카다멈, 사프란, 설탕 등을 우유와 함께 끓인 음료)으로 알려진 밀크티를 대추야자와 함께 수시로 마신다. 특히 대추야자는 카타르인이 입에 물고 다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카타르의 국민 간식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천연 감미료로 떠오르며 주목받고 있다.
식품업계가 주목하는 ‘천연 감미료’ 대추야자
대추야자는 우리나라 대추와 모양이 비슷하지만, 고온건조한 중동지역에서 자생하는 종려과 열매로, 알이 더 크고 훨씬 달다. 말린 대추야자는 곶감처럼 식감이 쫀득하다.
수식어가 많은 과일이기도 하다. 사막 지역의 사람들에게 영양을 공급해준다는 의미로, 현지에서는 ‘생명의 열매’로 부르며, 국내에서는 영국 맨체스터시티 구단주 아랍에미리트(UAE)의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얀이 즐겨먹는다는 이유로 ‘만수르 간식’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외 시장에서 트렌드 식재료로 언급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2023년 트렌드 식품’으로 꼽히기도 했다. 해마다 보고서를 통해 식품 트렌드를 발표하는 미국 친환경 식품 유통체인 홀푸드는 ‘2023년 트렌드 식품’으로 아보카도 오일 등과 함께 대추야자를 선정했다. 홀푸드의 트렌드 전망은 글로벌 식품업계에서 영향력있는 보고서이다.
실제로 식음료 업체에서는 스프레드(찍어 먹거나 발라 먹는 것), 시럽, 잼 등 대추야자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 베이커리, 에너지바, 음료 등에 넣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비건(vegan·완전 채식) 푸드 분야에서는 설탕이나 인공감미료 대신 대추야자 시럽으로 영양을 강조하는 제품도 늘고 있다.
가정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잘라서 펼쳐놓은 대추야자 위에 버터를 바르고 견과류를 넣은 다음 돌돌 말아서 썰어주면 이국적인 맛의 간식을 즐길 수 있다. 대추야자 잼도 손쉽다. 대추야자를 30분 정도 생수에 불린 후, 물과 함께 곱게 갈아서 끓이면 된다. 완성된 잼은 아몬드 등의 견과류를 함께 넣고 비스킷이나 빵에 발라먹어도 맛있다. 음식에서는 고기 요리를 할 때 넣으면 맛이 잘 어우러진다.
식이섬유·항산화물질 풍부…열량·당분은 높아
대추야자가 천연 감미료로 시선을 받게 된 데에는 강한 단맛도 있지만, 무엇보다 풍부한 영양소가 있기에 가능했다. 대추야자는 식이섬유,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해 빠른 기력 회복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염증 생성을 막는 항산화물질 폴리페놀이 다량 들어있으며, 철분 함량도 높아 빈혈 예방에도 좋은 식품이다.
다만 칼로리와 당분은 과다 섭취 시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영양성분자료에 따르면 말린 대추야자 100g당 열량은 281㎉, 당분은 59g에 달한다. 비교적 열량이 높다고 알려진 달콤한 바나나(100g당 77㎉, 당분 14.4g)보다 높은 수치다. 영양사들은 하루에 대추야자를 2~3개 정도로만 먹되, 10개 이상 섭취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