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34명 6대 요구사항 발표
CCTV영상·자료 등 증거보전 신청
민변 “향후 법적조치 유족과 협의”
이태원 참사 유가족 34명이 첫 대정부 요구를 발표한 가운데, 유족 측은 정부가 책임을 계속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집단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23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가족 34명은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을 검토 중이다. 다만 유족들은 현 단계에서 소송을 내는 것이 아닌, 정부가 계속해서 책임소재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시 나설 예정이다. 현재 이들 유가족 34명의 법적 대리는 민변 ‘10·29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맡고 있다.
민변 대리인단은 지난 18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증거 확보 차원으로 법원에 증거보전을 신청했다. 신청 법원은 서울중앙지법, 서울서부지법, 대전지법으로, 신청 대상은 참사 현장 CCTV 영상과 경찰·소방 무전 기록, 관련 기관 근무일지 및 상황보고서 등이다. 윤복남 TF 단장은 “유가족들의 얘기는 ‘돈을 얼마를 주겠다’가 문제가 아니라 원인이 무엇이고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유족들은 실질적인 법적 조치보단 진상과 책임 규명 요구에 더 집중하고 있다. 실제 유가족 34명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정부에 철저한 진상 및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전날 서울 서초구 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대정부 6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진정한 사과 ▷성역 없는 엄격·철저한 책임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의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이다. TF의 공동간사를 맡은 민변의 서채완 변호사는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할지는 유족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기자회견에선 유가족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외국인 부모 A씨는 “정부의 사과를 받아야겠다”며 “아이를 보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나라를 이끄는 분들이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부모 B씨는 “제대로 된 조사와 사과, 책임자들은 책임지고 대통령은 공식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유가족 C씨는 “이태원 참사는 총체적 안전 불감증에 의한 간접살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기자회견에 나선 유가족 34명의 ‘대표성’에 대해선 “지금 대표성을 갖고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금은 모일 단계이고, 모여서 목소리를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추모 공간 조성 등에 대해선 “구체적인 방안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다. 유족이 모인 단계”라며 “적어도 지금 돌아가신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정부 조치는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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