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융합된 가상 공간 메타버스에서 사람들은 아바타 등을 통해 상호 교류하고 상품, 서비스 등을 이용·거래하며 경제적인 활동을 영위한다. 그 과정에서 상표권 보호에 대한 관심 또한 크게 증가해 2021년 17건 정도에 불과하던 가상공간 상품, 서비스 관련 상표 출원이 약 717건(2022년 5월 기준)으로 폭증했다.
최근 특허청은 가상공간에서의 상품·서비스에 대한 상표권 출원 방법과 심사 기준을 제시한 ‘가상상품 심사처리지침’을 제정해 올해 7월 14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기존에는 ‘가상가방’과 같은 상품명이 인정되지 않아, 이미지 파일이나 소프트웨어에 대한 상표권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메타버스에서 거래되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정해 상표권을 확보하고 이를 직접적으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심사지침에서는 가상상품들 사이 또는 가상상품과 현실상품 사이와 같이 상품 간 유사 판단에 대한 기준도 제시한다. 구체적으로 가상상품들 간에는 이에 대응되는 현실상품의 유사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 따라서 현실상품이나 이미지 파일 또는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만 상표가 있었던 경우에는, 가상상품에 대한 상표권을 출원·등록함으로써 메타버스에서의 상표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메타버스 환경에서의 상표출원 증가와 상표 사용이 확대될수록, 관련 침해나 분쟁 역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인 분쟁 사례로 메이슨 로스차일드(Mason Rothschild)는 지난 2021년 12월 화려한 색의 모피로 뒤덮인 100여개에 달하는 버킨백 모양의 디지털 가상 이미지를 제작해 메타버킨스라고 명명한 후 세계 최대 규모의 NFT거래소에서 판매했다. 버킨백은 프랑스의 명품브랜드인 에르메스(Hermes)의 대표적인 가방 제품으로, 에르메스는 로스차일드가 자신의 대표적인 가방 상표인 ‘버킨’에 접두사 ‘메타’만을 붙여 사용함으로써 상표권을 침해했다며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로스차일드는 메타버킨스는 디지털 가상 이미지인 예술적 작품의 명칭(title)이므로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수정 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된다고 주장했다. 메타버킨스 명칭은 자신의 작품과 예술적 관련성이 존재하고 그 출처와 내용에 관해 소비자의 명백한 오인·혼동 가능성도 없으므로 상표 침해가 아니라고 한 것이다. 반면, 에르메스는 로스차일드가 각종 SNS 및 마케팅 채널을 통해 메타버킨스를 출처 표시로 사용했으며, 해당 이미지와 관련해 에르메스와 관계 있는 것으로 실제 오인한 사례들이 확인되는 등 소비자가 그 출처를 오인·혼동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소비자들이 메타버킨스와 에르메스 간 관계를 오인·혼동한 증거가 발견된 점 등을 들어, 로스차일드의 소각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에 따라 본안에 대한 소송이 계속 진행되게 됐다. 이는 가상공간에서 가상상품과 관련해 상표 침해 여부가 다퉈진 중요한 선례로서 의미를 갖는다.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의 환경에서 상표권 확보 경쟁과 분쟁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과 가상세계를 아우르는 상표권 관리 전략은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지은 김앤장 법률 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