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지역서 풀어줬는데…더 떨어지는 집값
매물 회수했다가 다시 시장에 푼 집주인들
“금리 영향력 더 커, 집값 하락세 계속될 것”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정부가 수도권 일부와 지방권을 중심으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해제’에 나섰지만, 집값 흐름에선 별다른 규제 완화 효과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수도권과 지방의 아파트값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리는 등 역대급 하락 기록만 쏟아지는 상황이다. 각 지역이 애타게 기다렸던 규제 완화도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 경기 침체 우려 등에 따른 매수세 위축 흐름을 바꿔놓진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보다 0.20% 하락했다. 이는 지난주(-0.19%)보다 낙폭이 커진 것으로,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7일 이후 10년 4개월 만에 최대 하락이다.
규제지역 해제 대상지가 대거 포함된 지방(-0.15%)은 물론 수도권(-0.25%)까지 통계 작성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수도권에선 경기 안성·평택·동두천·양주·파주, 지방에선 세종을 제외한 모든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했다. 인천·세종에 대해서는 투기과열지구 해제에 나섰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제외된 수도권 5곳 중 평택(-0.20%)이 전주와 동일한 낙폭을 기록하고 ▷안성(-0.04→-0.07%) ▷양주(-0.39→-0.47%) ▷파주(-0.19→-0.26%) ▷동두천(-0.26→-0.35%) 등이 하락폭을 키웠다. 인천 역시 ▷연수구(-0.36→-0.38%) ▷남동구(-0.21→-0.25%) ▷서구(-0.31→-0.33%) 등이 더 하락했다.
지방 광역시(-0.22→-0.23%)와 지방 8개도(-0.08→-0.09%)의 흐름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 정부가 지난 6월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풀어준 지방권 17개 시·군·구에서도 규제 완화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상 규제지역 해제는 호재로 여겨지면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분위기 등이 집값에도 반영되지만, 최근처럼 매수세가 극도로 위축된 상황에서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규제지역 해제 이후 대출한도가 늘어나더라도 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이자 부담이 큰 데다가 집값 하락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당장 매수에 뛰어들긴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규제지역 해제로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집주인들의 기대감 속에 줄어드는 듯했던 매물도 다시 시장에 풀리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경기 평택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1일 6051건에서 26일 5882건까지 감소했다가 이날 기준 6148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양주 역시 지난달 21일 2741건에서 이후 2600건대 후반까지 내려갔다가 이날 다시 2718건으로 올라섰다.
파주·안성·동두천 등도 21일 직후 줄어들었던 매물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규제지역 해제에도 여전히 매수세가 잠잠하자 집주인들이 거둬들였던 매물을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 풀이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규제가 완화되는 지역에서는 급매물 거래가 소폭 늘어날 수 있겠지만 금리의 시장 영향력이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는 한 매수심리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빠른 속도로 오르는 금리가 매수심리를 압박하면서 주택시장의 거래 부재와 가격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