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 이후 시장 영향
‘재초환 부과’ 지방 단지 32곳 중 21곳 “면제”
4억 부담금 예고됐던 강남…최대 1억5000으로 감경
전문가들 “긍정적 방향”…시장 반전 효과는 “글쎄”
[헤럴드경제=양영경·유오상 기자] 국토교통부가 전국 재건축 단지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재초환) 부담금에 대한 대대적인 완화안을 발표하면서 서울 지역 내 민간 공급에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이번 완화안으로 현재 84곳에 달하는 부담금 대상 지역은 46곳으로 줄어들고 1억원 이상 부과 단지는 19곳에서 5곳으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재건축 추진 단지 주민들과 전문가들은 “긍정적 방향”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시장의 침체 여건 상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토부는 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며 “재건축에 따른 과도한 초과이익은 환수하되, 도심 내 주택공급이 원활해지도록 그간 시장여건 변화,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부담금 수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시장 과열을 우려했던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예상보다 침체를 겪자 보다 과감한 규제완화를 택했다. 규제를 풀더라도 당장 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재초환은 실제 부과되지는 않으면서 수억원대 부과 예고로 ‘유령 세금’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재건축 시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벽으로 평가받았다. 지난해 억대 부담금을 통보 받은 서울 성동구의 한 재건축 단지 조합장은 “당장 주민들이 억대 세금을 통보받으면 어떻게 재건축을 추진하겠느냐”라며 “일단 부담금 완화가 이뤄진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간 기대감이 컸던 만큼 실제 완화된 부담금이 나왔을 때 주민들의 반응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재초환 예정 부담금이 통보된 재건축 단지는 84곳에 달한다. 이중 이번 조치에 따라 재초환 부담금이 면제되는 곳은 38곳으로 절반에 가까운 단지가 아예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특히 지방의 경우, 32개 부과 단지 중 21곳이 면제받게 된다. 국토부는 “남은 지방 단지 11곳의 경우에도 1000만원 미만인 곳이 6곳이고 1000~3000만원인 곳이 4곳”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역 역시 이번 조치의 혜택을 받을 전망이다. 현재 1억원 이상 재초환 부담금이 예정된 단지는 19곳에 달하는데, 이중 14곳은 1억원 미만으로 부담이 감경될 예정이다. 현재 재초환 예정 부담금이 가장 큰 단지는 가구당 7억7000만원을 통보받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으로, 강남권 1호 단지인 서초구 반포현대 역시 3억원에 달하는 부담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다.
국토부는 1가구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을 통해 실수요자의 부담은 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6년에서 10년 이상 1가구 1주택을 장기 보유했을 경우 각각 10%와 50% 감면을 추가로 받게 되는데, 현재 1억원의 재초환 부담금을 통보받은 가구가 10년 이상 장기 주택보유자일 경우 최종 85%를 감면받아 1500만원만 부담하면 되는 셈이다. 현재 4억원대의 부담금을 통보받은 강남권 노후 단지들의 경우에도 10년 이상 주택을 보유한 경우에는 최대 1억5800만원까지 부담금이 감경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번 조치를 긍정 평가하고 있다. 다만 재건축 시장 활성화 효과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 지방에서는 재건축 사업성 자체가 굉장히 낮다고 얘기했는데, 그동안 사업 추진을 못했던 단지들한테는 여건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종혁 한국주택협회 팀장도 “기대했던 것보다 큰폭의 규제완화에 실질적으로 공급이 늘어날 것이 기대된다”라며 “특히 초과이익 산정 개시시점을 현 추진위 설립 시점에서 조합설립 인가일로 조정하는 것은 감면 폭이 클 것”이라고 했다.
반면,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막혀있는 재건축에 일부 숨통을 트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일부 기대감으로 호가가 상승할수 있으나 지속적 흐름은 어렵다. 금리공포 국면에 재건축 시장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 역시 “바람직한 방향”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재초환 제도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이정도 완화로는 재건축이 활성화되기 어렵고, 완전히 폐지돼야만 활성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