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승인 자금이 내년 세계 반도체 업계 총지출의 3% 안팎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이 미국내 전체 산업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전자 등의 국내 기업의 수혜가 기대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얀 해치우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이 지난 몇 년간의 반도체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는 충분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향후 5~10년간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위한 보조금, 대출, 세액공제 등에 770억달러(약 106조7000억원)를 책정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 법안이 미국에서 더 많은 첨단 기술 일자리를 창출하고, 본토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에 기반을 둔 경쟁자들을 따라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법안이 글로벌 반도체 투자나 공급을 의미 있게 바꿀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 근거로 골드만삭스 연구팀은 이 법안에 의해 승인받은 자금이 내년 세계 반도체 업계 총지출의 3% 안팎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신규 반도체 제조 공장이 보통 건설되는 데 약 2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법안이 반도체 부족에 즉각적인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반도체 지원법으로 반도체 부족 사태가 즉시 해결되지는 못하겠지만, 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국가간 역학 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전체 사업 투자의 잠재적 증가폭은 매우 작겠지만(연간 GDP의 0.05% 이하), 국내 반도체분야의 투자 증가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주요 반도체기업은 미국 반도체 지원법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고 현지에 대규모 반도체공장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투자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이 한국이나 대만이 아닌 미국에서 반도체공장을 운영할 때 드는 비용과 사업 운영 효율성 등을 고려한다면 이를 계기로 시설 투자 기조에 큰 변화가 나타나기는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기업 입장에서 큰 수혜를 곧바로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다만 설비투자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순 있으니 일단 상황을 지켜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