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월 中 CATL 시장 1위…점유율 34.7%
국내3사 점유율 25.9%…전년比 8.3%p ↓
K-배터리 대규모 美 합작공장 가동에 속도
“IRA 새 기회로 판단…공급망 다변화 박차”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거대한 내수시장을 등에 업고 점유율 부문에서 격차를 벌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새로운 기회로 판단하고, 현지 공장 가동을 앞당기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배터리 원자재 공급망을 장악하고 있어 이에 대한 해법 모색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잇따른다.
6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 승용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은 83.6GWh의 사용량으로 1위에 올랐다. 3위에 안착한 중국 BYD는 30.3GWh의 사용량을 기록했다.
CATL과 BYD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10.6%, 204.7% 성장했다. 두 회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47.3%(CATL 34.7%·BYD 12.6%)로, 사실상 전 세계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영향력은 다소 줄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4.3GWh로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하는 데 그쳤다. SK온은 15.8GWh로, 국내 3사 중 가장 큰 폭의 성장(107.8%)을 기록했다. 삼성SDI는 12.2GWh로, 56.3% 성장했다. SK온과 삼성SDI는 각각 5, 6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3사의 1~7월 합산 시장 점유율은 25.9%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34.2%)보다 8.3%포인트(p) 떨어진 수치다. 특히 SK온의 점유율은 5.5%에서 6.6%로 1.1%p 상승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은 23%에서 14.2%로 8.8%p 급락했다. 삼성SDI도 5.7%에서 5.1%로 0.6%p 떨어졌다.
7월 사용량을 기준으로 봤을 땐 중국 BYD와 중국 CALB가 각각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를 제치고 2위,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7월 BYD의 점유율은 16.2%, LG에너지솔루션은 11%였다. CALB는 같은 기간 5.4%, 삼성SDI는 4.9%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들은 탄탄한 내수 시장은 물론, 최근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CATL은 테슬라 모델3의 중국산 유럽, 북미, 아시아 수출 물량을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EQS, BMW iX3 등 독일 완성차 브랜드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북미와 유럽 등에 지속적인 합작 투자를 단행해 중국과의 격차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미국이 IRA를 발효하며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견제를 본격화한 가운데 기회를 잡기 위한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IRA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금공제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최대 보조금인 7500달러(약 1000만원)를 모두 받기 위해서는 북미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배터리 광물과 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제너럴모터스(GM)와 짓고 있는 합작공장 4곳 중 첫 번째 공장인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각각 스텔란티스, 포드와 미국 내 합작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다. IRA의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선 중국 의존도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2022년 상반기 특정국 의존 품목’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은 상반기 11억 6540만 달러 규모가 수입됐다. 이 가운데 97%가 중국에서 들어왔다. 또 다른 핵심 소재인 산화코발트(89%), 인조흑연(91%), 수산화리튬(83%)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다.
국내 기업들도 잰걸음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미국 컴패스미네랄, 독일 벌칸에너지, 호주 라이온타운 등으로부터 수산화리튬, 리튬정광 등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SK온과 삼성SDI도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확보와 소재 국산화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기업별로 향후 IRA가 미칠 영향에 대해 면밀히 살피는 분위기”라며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상 공급망 다변화와 해외 합작공장 건설 등 전략적인 대응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