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초·송파,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거래량은 “뚝”
거래절벽 탓에 “인터넷 호가보다 더 내리겠다” 늘어
“시세대로 내놓을게요” 말해도 공인들 “의미 없어요”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네이버 시세를 보고 26억원 정도에 매물을 내놓으려고 평소 알고 있던 공인 대표한테 전화했죠. 그런데 되돌아온 답이 ‘보신 시세 하한보다 2억원은 더 낮게 내놔야 팔려요. 어차피 그 가격으로는 올리는 게 의미 없습니다’였어요. 매물을 내놓겠다는 데도 의미가 없다고 하니까 그냥 포기했죠.”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대형 아파트 단지에 거주 중인 조모(44) 씨는 최근 살고 있던 아파트를 내놓으려고 했지만, 공인 대표로부터 “그 가격에는 올려봐야 의미 없다”는 답을 들었다. 사실상의 ‘퇴짜’에 조 씨는 “부동산 거래가 없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인터넷 시세보다 2억은 낮게 내놔야 한다니 더 기다려봐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금리 급등과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이른바 ‘거래절벽’ 현상이 심해지면서 집을 내놓으려는 강남권 집주인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예상했던 시세보다 훨씬 낮게 매물을 내놔도 좀처럼 거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에서는 아예 공인 대표가 매물을 반려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원동의 한 공인 대표는 “구반포, 신반포는 급락한 매매는 없지만, 중소형 매물을 봤을 때 어떤 거래도 이뤄지지 않는다”라며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인근의 대단지 중 하나인 반포자이의 경우, 전용 59㎡가 인터넷에 25억까지 내려서 나와있다. 여기에도 얼마 전 27억원에 같은 크기 매물을 내놨던 집주인이 찾아와 1억5000만원이나 호가를 내리고 갔다”라며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인테리어를 새로 했거나 집이 로얄층이라는 말을 하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지금 통하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단지의 경우, 지난 5월 전용 59㎡가 28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의 시세는 25억원 안팎이다. 그마저도 거래가 3개월 넘게 한 건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른바 ‘급급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사정은 다른 강남권 단지들도 마찬가지다. 서초구의 경우 2일 기준 한달 전 보다 아파트 매물이 1.8% 늘어난 1만730건을 기록했다. 강남구의 경우 더 크게 늘어 같은 기간 4.6% 증가한 1만4472건을 기록했고, 송파구도 6.3% 늘어난 9635건이 시장에 나왔다. 강남구는 최근 청담동의 래미안청담로이뷰 전용 110㎡가 기존 실거래가(38억원) 대비 10억원 가까이 하락한 28억2000만원에 거래돼 논란이 됐고, 송파구는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가 기존 가격 대비 5억원 가까이 내린 16억7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송파구 문정동의 한 공인 대표는 “인터넷을 보고 매물을 내놓기 위해 연락을 해오는 집주인들이 있는데 그 때마다 ‘직접 찾아오시면 1~2억원 더 낮게 내놓은 매물이 있다’라는 설명을 한다. 생각보다 매수자가 나타나면 가격을 더 내릴 의향이 있다고 귀띔한 집주인들이 많다”라며 “이런 얘기를 듣고 나면 매물 내놓기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