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디자인 축제로 거듭난‘ 헤럴드디자인포럼2014’
렘 콜하스 등 거장들의 지식 콘서트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 철학·비전 공유 10시간 강연 내내 1000석 객석 열기 가득
올해엔 ‘디자인 서울’로 외연 확장 ‘서울디자인위크 2014’ 연계 행사도 풍성
디자인 구루(Guru)들의 지식 향연이었다. 패션, 건축 등 전통적인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음식, 장난감까지 디자인의 그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축제의 장이었다. 동시에 창조적인 디자인에 대한 한국 사회의 갈망을 확인한 자리였다.
디자인을 중심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모토로 2011년 처음 닻을 올린 ‘헤럴드디자인포럼’이 올해 4회째를 맞이하며 명실공히 아시아 최고의 디자인 축제로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디자인 스펙트럼, 그 무한의 영역’이라는 주제 아래 서울의 랜드마크이자 아시아의 디자인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닷새동안 펼쳐진 ‘헤럴드디자인포럼2014’는 작게는 기업의 상품부터 넓게는 개인의 삶, 나아가 이 세상 전체를 바꾸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철학과 비전을 공유한 자리였다.
거장들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몰린 참석자들로 포럼 티켓은 또 한번 매진사례를 기록했고, 10시간 가까이 계속됐던 강연 시간 내내 경청하는 참석자들로 빈틈없이 메워진 1000석 객석은 하루종일 열기가 가득했다. 기업 디자인실, 마케팅 및 브랜딩 전문가, 패션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까지 관람객들의 층위도 다양했다.
▶“기존의 관념을 버려라”…거장들의 지식 향연=개막 첫날인 26일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10인이 연사로 참석해 헤럴드디자인포럼 강연 무대에 올랐다. 이번 포럼에서 압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연사는 단연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70ㆍRem Koolhaaas)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교수. 렘 콜하스는 현대 도시건축 설계 뿐 아니라 건축이론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지닌 건축가다.
포럼 개막 전부터 각 언론에서 렘 콜하스에 대한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고, 강연 직후 가졌던 기자간담회에서도 예정된 시간을 넘기면서까지 열띤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거장들의 강연 내용을 관통한 하나의 철학은 “디자인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버려라”였다. 연사들은 디자인을 단순히 새 것, 예쁜 것으로만 바라보는 낡은 개념을 경계하고 디자이너에 대한 전통적 역할론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렘 콜하스는 전통적인 의미로 건축을 이야기할 시대는 지났다면서 건축가들도 이제 ‘집 짓는 사람’ 이라는 고정관념을 넘어 다양한 분야로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매튜 커크렐 시모어파월 어소시에이트 디자인 디렉터는 ‘지속가능성’에서 디자인의 미래를 찾았다. 황나현 NHDM 건축도시 소장은 ‘생태계 보전’에서 도시 재생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고, 케이터링 산업의 대가 피터 캘러한은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 디자인의 몫이라고 말했다. 뉴욕 첼시마켓을 설계했던 건축가 제프 반더버그 역시 ‘새 것과 옛 것의 조화’에서 새로운 디자인의 가치를 발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디자인 마켓 문전성시…디자인의 무한 가능성을 탐구하다=축제 닷새 내내 열렸던 디자인마켓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60여개의 디자인ㆍ식품 업체가 참여한 올해 디자인마켓은 디자인이 푸드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도시 양봉으로 얻은 꿀을 파는 ‘어반 비즈’, 전라남도 신안군 청정지역에서 5년 숙성시킨 천일염을 파는 ‘FMS 솔트’, 해남 땅끝마을에서 착한 먹거리로 키운 국산곡물을 파는 ‘방앗간집 며느리’ 등 내용물은 물론 패키지까지 혁신적인 디자인을 입은 푸드 제품들이 큰 인기를 끌었다.
동아TV 패션스쿨 ‘디아프(DIAF)’에서 런칭한 의류브랜드 ‘헤럴드패션 이데아랩(Idea lab)’ 부스 앞도 옷을 사려는 여성들로 하루종일 북적였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디아프 졸업생들이 만든 브랜드 이데아랩은 고급 소재에 세련된 디자인의 여성복을 10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27일 열렸던 피터 캘러한이 함께 하는 푸드 토크와 시도연구소(시골과 도시를 잇는 연구소)의 브랜딩 토크 역시 알찬 내용으로 마켓을 들렀던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한편 올해 헤럴드디자인포럼은 ‘디자인 서울’이라는 화두를 촉발시키며 그 외연을 넓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서울시가 올해 그동안 각지에서 산발적으로 열렸던 디자인 관련 행사들을 한 데 묶어 ‘서울디자인위크2014’로 연계시킨 것. 서울디자인재단, 디자인하우스 등과 함께 디자인 관련 행사들이 헤럴드디자인포럼 기간 내내 집중적으로 열렸다. DDP는 물론 홍대, 코엑스 등 서울 곳곳의 디자인 거리와 명소들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진행됐다.
축제는 주말과 휴일까지 지속된다. 28일에는 박진 어반비즈 대표의 ‘도시양봉 강연’, 29일에는 커피로스팅 전문기업 알레그리아와 앤트러사이트의 ‘커피 토크’와 오티스타 이소현 교수의 ‘함께 나누는 라이프스타일 제안’, 30일에는 캘리그라피 프로젝트팀 사공공공(4000)의 ‘캘리그라피 시연회’가 열린다. 숨가쁜 축제의 닷새 일정은 마무리되지만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의 힘은 무한히 계속된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