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 헤럴드스퀘어 벽화 작업 진행 “직원들 행복한 감정 퍼지길”
데스크톱과 각종 사무용 기기들로 가득찬 사무실 한쪽 벽에 빨주노초파남보 색색의 ‘러브(LOVE)’와 ‘피스(PEACE)’라는 글자가 빼곡하게 그려졌다. 중간중간 글자는 ‘L♡VE’로 바뀌기도 하고, ‘PeACe’와 같이 대문자와 소문자가 자유롭게 뒤섞이기도 했다. 작업 시간이 6~7시간을 넘기면서부터 글자가 살아 움직이듯한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사랑과 평화(Love & Peace)’를 주제로 미술 작업을 하고 있는 아트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가 27일 헤럴드 사옥인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의 한 사무실에 직접 벽화를 그리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오전 11시에 시작한 크리스 릭스의 작업이 진행될수록 엄숙했던 사무실 분위기는 화사하게 변신을 거듭했다. 이번 벽화작업은 작업을 시작한지 12시간이 넘은 28일 자정이 돼서야 1차적으로 마무리가 됐다. 그는 내년 1월 다시 방한해 최종적으로 완성하겠다고 했다.
릭스는 미국 뉴욕과 마이애미를 오가며 벽화, 조각, 아트토이 등을 제작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그는 앞서 26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에서 ‘아트토이, 디자인의 다크호스’를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이번 강연을 통해 월스트리트에서 투자 자문사로 일하다가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아티스트로 변신한 자신의 독특한 이력과 작품 세계를 소개하며 “신념을 갖고 있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릭스는 헤럴드스퀘어 벽화 작업 도중 가진 인터뷰에서 1990년대 말 슈트에 넥타이를 메고 500여 명에 달하는 투자 자문사들과 함께 커다란 사무실에서 근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환율과 주가 그래프를 쳐다보며 오로지 돈을 버는 일에만 몰두했었죠. 그러면서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드는 일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로 부자들의 은행 계좌 말고 무엇이 바뀌었을까요? 제가 벽화를 그리면 그것으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기분이 우울한 날 컬러풀한 벽화를 보면 기분이 한결 나아질 거예요”
크리스 릭스는 닷컴버블이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후 ‘내가 뭐하고 있나, 내 인생이 뭔가’라는 생각이 들어 월스트리트를 떠났다. 아티스트가 된 그는 캔버스나 빈 깡통, 장난감 등 어디에나 ‘LOVE’, ‘PEACE’라는 글자와 추상적인 무늬들을 새겨넣었다. 후원자는 없었고 오직 자신의 그림을 팔아 생계를 이었다.
“저는 주로 밝고 행복한 색을 사용합니다. 모든 것이 회색빛이라면 사람들의 기분도 회색빛이 되겠죠. 제가 만든 벽화를 통해 헤럴드스퀘어에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행복한 감정이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헤럴드스퀘어 뿐만아니라 서울 시내 곳곳, 그리고 비무장지대(DMZ)에도 벽화를 그려 ‘사랑과 평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