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시대 ‘짠테크’ 백태
이벤트 정답 맞춰 매일 5P 획득
모바일 톡톡...추첨도 적극 참여
방치 아이폰 중고거래로 돈모아
전단지 뒤지며 마트 원정 나서고
마감세일 임박한 시간에 쇼핑도
30대 중반 직장인 김모 씨는 요즘 통신사 할인이 가능한 편의점·음식점을 찾아다닌다. ‘앱테크(애플리케이션으로 하는 재테크)’를 위해 매일 퀴즈도 푼다. 정답을 맞추면 매일 5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흥청망청 쓰던 과거를 접고 돈을 아끼고 있다”며 “‘티끌모아 티끌’이라지만 티끌이라도 있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얼마 전 집에 있던 아이폰도 중고거래 플랫폼에 팔아서 돈을 모았다.
김씨처럼 고물가 현상이 길어지면서 한 푼이 아쉬운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1000원 이하의 소액이라도 절약하는 방법을 찾거나 포인트를 모아 살림에 보태는 식이다. 생필품, 식자재 등 일상에 필요한 물건이 대부분 오른 데다, 금리도 계속 오를 예정이라 당분간 ‘티끌 모으기’에 참여하는 직장인은 늘어날 전망이다.
물건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 있는 각종 포인트도 ‘귀한 몸’이 됐다. 한때 주식을 부업으로 할 정도로 수익이 높았던 직장인 이모(29) 씨도 요즘은 주식을 접고 포인트 모으기에 한창이다. 이씨는 1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보유 중인 미국 주식까지 하락해 요즘은 약속을 줄이고 열심히 쓰면 포인트나 상품을 주는 ‘블로그 주간일기’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며 “추첨에 당첨돼야 포인트를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블로그로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생각해 참여한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포인트 모으기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늘면서 재테크 카페에서는 앱이나 사이트를 활용해 포인트를 모으는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매일 정답을 맞추면 5~10포인트를 이벤트 퀴즈 정답을 서로 공유하거나, 새롭게 등장한 포인트 지급 이벤트를 발견하면 알려주는 식이다.
저렴한 마트를 찾아 원정을 떠나거나 ‘마감세일’ 시간에 임박해 마트를 찾는 사람도 늘고 있다. 최근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는 한 주부가 “초복을 맞아 가족들과 삼계탕을 먹고 싶은데 물가가 올라도 너무 올라 집에서 먹으려 한다”며 “세일 전단지를 보고 집에서 먼 마트까지 원정 가서 닭이랑 채소를 샀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무작정 끼니를 거르거나 지출을 줄이는 ‘무지출 챌린지’도 인기다. 무지출 챌린지는 돈을 아예 쓰지 않는 날을 실천하는 것을 뜻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무지출 챌린지 인증글이 올라오고 있다. 김치 10㎏을 산 뒤에 김치로 반찬이나 국을 만들어 식비를 아끼거나, 점심을 집에서 싼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식이다.
최근 지출을 줄이고 있는 직장인 안모(33) 씨도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돈을 아끼고 있다. 주로 저녁만 먹는 안씨는 그마저도 돈을 아끼기 위해 대형 마트 할인 코너를 활용한다. 안씨는 “제대로 식사를 하고 싶은데, 식비 예산이 한정적이라 한 끼만 맛있는 걸 먹고 있다”며 “그래도 배고플 때는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김밥을 산다”고 말했다.
중고 물품이나 상품권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백화점과 마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상품권이 빠르게 품절되고 있다. 상품권뿐만 아니라 외식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을 싸게 구입하거나 파는 거래 플랫폼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상품권도 치열한 티켓팅을 뚫어야만 구할 수 있는 물건이 됐다. 서울시가 시민들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내놓은 서울사랑상품권은 지난 14일 발행 1시간 만에 완판됐다. 이번에 판매된 서울사랑상품권은 기존 상품권과 달리 사용처를 서울 25개 자치구로 확대했다. 7% 할인된 금액으로 판매된다는 소식에 시민들이 몰리면서 서울페이 앱은 그날 대기 인원이 18만명까지 치솟기도 했다. 250억원어치 상품권을 발행한 서울시는 다음주에 250억원어치를 추가로 발행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소비심리가 크게 줄어들면서 직장인의 허리띠 졸라매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6.2포인트 하락해 지난달 96.4를 기록하는 등 100 밑으로 떨어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저금리시대가 끝나면서 부동산 등 각종 자산에 투자했던 사람들이 불안해지면서 생긴 현상”이라며 “다만 ‘짠테크’ 열풍은 가계의 재정 안정이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