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

장난감·버려진 나무조각·빈깡통… 캔버스 벗어나 작업영역 무한대로

어릴적 경찰에 쫓기며 한 그라피티 지저분한 도시 청소한다고 생각

“어느날 아내와 함께 벼룩시장에 갔다가 중고 바비인형을 보고 ‘진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이를 활용한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제 갤러리에 걸린 바비인형 작품을 보고 사람들이 ‘멋지다’며 사갔죠. 그래서 계속 그림을 입힌 장난감을 팔고 있습니다”

아트토이 디렉터 크리스 릭스는 26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의 다섯번째 세션 ‘아트토이, 디자인 다크호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크리스 릭스는 ‘사랑과 평화(Love & Peace)’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는 아티스트다. 그는 ‘Love’라는 글자를 수없이 새겨넣은 아트토이 ‘더니(Dunny)’를 제작하기도 했다.

“아트토이를 만들다보면 마치 제가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죠.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아트토이를 보면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정말 좋아합니다. 성인이 된 이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가 원하는 장난감을 마음껏 살 수 있게 된 것이죠”

크리스 릭스는 장난감을 비롯해 버려진 나무 조각이나 빈 깡통 등에 예술성을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예술은 좁은 캔버스에 갇혀있지 않고 무한대로 뻗어나간다.

“사람들은 리사이클이라고 부르지만 쓰레기로 만들었다는 느낌이 드니까 저는 업사이클이라고 바꿔 말하고 싶습니다. 누군가 토막토막 잘라서 버린 나무에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서 만든 작품도 많이 팔려나갔죠. 이것이 현대 예술가들의 장점이 아닐까요. 과거에는 스케치부터 색칠까지 완벽하게 끝내야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중고품도 예술이 될 수 있어요”

그는 자신이 이렇게 독특한 작업을 하게 된 배경을 관중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갱단이 판을 치던 1970년대말~1980년대초 미국 뉴욕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뉴욕 곳곳의 빈 벽에 그라피티 작업을 했다. 때로는 경찰에 쫓기기도 했지만 이 작업이 지저분한 뉴욕 도시를 청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투자자문가로 취업을 했다.

“낮에는 전화로 고객들에게 주식 상담을 해주고 밤에는 그림을 그렸죠. 그러다 닷컴 버블이 오면서 주가가 대폭락했는데 ‘내가 뭐하고 있나, 내 인생이 뭔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결국 아티스트로 돌아왔습니다”

작은 아파트에 살던 그는 바닥에 자면서 방안을 캔버스 등 미술도구로 가득 채웠다. 거리에서 그라피티를 그렸던 것처럼 10m나 15m 규모의 큰 캔버스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Love’ 등을 겹겹이 쓴 작품들을 만들었다.

“제 작품들이 누구의 집에도 못 들어갈 것 같았지만 제가 좋아서 했죠. 그런데 큰 집을 산 사람들이 저를 찾아내서 제 작품을 사갔어요. 큰 집에는 큰 그림을 필요하기도 하니까요. 예전에는 금지됐던 그라피티가 지금은 저에게 수입원으로 바뀌었어요. 인생은 이처럼 재미있게 바뀝니다. 여러분도 여러분이 하는 일에 신념이 있다면 그 일을 하세요”

신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