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디자이너 피터 캘러한
손바닥만한 솜사탕·햄버거 손가락 두 마디만한 콜라병…
익숙하고 편한 음식 새롭게 표현 격조 높은 자리에 활기 불어넣어
‘포크는 왼손, 나이프는 오른손, 잠시 내려놓을 때는 접시 위에 ‘여덟 팔(八)’자 모양으로 놓아야 하고, 포크와 나이프가 여러 종류일 경우 접시로부터 바깥 쪽에 있는 것부터 사용해야….’ 낯선 사람들과 만나 숨막힐 것 같은 정적 속에 진행되는 ‘격식 있는’ 파티는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불편한 자리다. 가까스로 한 입 음식을 집어넣지만 명치 근방으로부터 전해오는 체증에 사람들은 외치고 싶다. “밥이라도 좀 편하게 먹자. 제발!”
푸드 디자이너 피터 캘러한은 사람들의 이 간절한 소망을 속 시원하게 긁어주는 케이터링 서비스 업계의 유명인사다. 햄버거, 피자, 프렌치프라이, 솜사탕…. 그는 미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때 즐겨먹었을 만한 정겨운 음식들을 격조 높은 파티에도 거침없이 내놓아 파티 분위기를 일순간 활기차게 바꿔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파티의 품격은 떨어뜨리지 않으면서 말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앨 고어 전 부통령 등 유명 정치인들도 그가 부리는 마법을 앞다퉈 경험해 보고자 줄을 선다고 한다.
캘러한 마법의 비밀은 바로 ‘작은 것’에 있었다.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의 마지막 연사로 선 그는 자신의 일을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새롭게 표현하는 것”이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있는 것은 모든 것을 ‘미니어처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통 크기의 1/4로 줄인 햄버거, 손바닥보다 작은 솜사탕, 휴대폰보다 작은 피자 상자 안에 담긴 피자는 사람들을 소인국으로 표류한 걸리버와 같은 기분으로 만들어준다. 유명 팝스타 비욘세는 손가락 두 마디만한 콜라병을 주머니에 훔쳐나오다 걸릴 정도라니, 그 매혹의 정도를 가늠할 수도 없다. 그는 체면을 차리느라 과묵한 척했던 누구라도, 입을 열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정도의 공감대가 파티장 내에 순식간에 형성되도록 만드는 재주 하나로 케이터링 업계를 평정했다.
어느 분야에나 선구자가 있으면 카피캣이 잇따라 나오는 법. 한동안 자신의 작품에 대해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래서 캘러한은 그 동안 특허를 내지 않던 것을 그만두고, 최근엔 디자인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그맣게 만드는 작업이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다. 캘러한은 “작게 만들면서도 보통 크기의 음식과 같은 모양으로 보여야 하고 같은 맛을 내야 하기 때문에, 재료를 일관되게 썰어 넣는 것부터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축소된 음식을 어떻게 배열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전만한 식빵이 군인처럼 도열하게 하거나, 조그맣게 자른 사과를 나무에 진짜 사과처럼 매달아 놓는 방식들을 그는 다양한 사진을 동원해 생생하게 전달했다.
피터 캘러한은 “이번 디자인포럼 외에 자신이 방한한 또 다른 목적이 한국음식을 배우는 것에 있다”며 “전 세계 다른 지역의 음식 또한 미니어처화해 보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