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주택시장 충격은

실업률, 대출연체율 주목해야

낮은 실업률, 견고한 대출연체율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우리 경제에 ‘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현상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집값 상관관계를 따질 때 반드시 살펴봐야 할 주요 지표로 ‘실업률’에 주목하라고 강조한다. 역사적으로 집값이 하락한 시기는 반드시 실업률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집값이 하락하려면 급매물로 집을 내놓는 사람들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 집은 가계 자산의 마지막 보루다. 미국에서 발생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처럼 개인이 파산할 정도의 어려움이 아니라면 개인들이 집을 던지는 건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만약 정부가 대출을 확대해주는 등의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최대한 버티려는 게 집주인의 심리다.

그런데 대출을 잔뜩 안고 집을 산 집주인이 직장을 잃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버틸 방법이 없다.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 결국 집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실업률 동향이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인 이유다.

견고한 대출 연체율·실업률…아직 집값 대세 하락 아니다 [부동산360]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본 마포구 일대 아파트. [연합]

지금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스테그플레이션에서 ‘유가 급등→생산단가 상승→생산 감소→실업률 증가(고용 악화)→소비 감소’의 패턴이다. 결국 소비도 줄면서 물가까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으로 넘어가는 단계다.

그런데 현 단계는 아직 실업률이 견고하다. 미국의 실업률은 5월 기준 3.6%로 전월과 같았다. 1월(4%) 이후 오히려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과감하게 올릴 수 있는 건 아직 고용사정이 좋다는 판단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5월 기준 실업률은 2.7%로 전월(2.8%) 보다 내려갔다.

1970년대 미국과 우리나라에서 스테그플레이션이 진행됐음에도 집값이 폭락하지 않은 건 고용사정이 괜찮았기 때문이란 게 경제학자들의 설명이다. 버틸 여력이 있었다는 거다.

만약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기준)은 0.2% 수준으로 안정적이다. 올 4월말 국내은행의 연체율은 0.23%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0.07%포인트 하락했다. 2020년 0.4% 대에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가계부채가 단기간 늘어 위험수위라고 하지만 어쨌든 이자는 물론 원리금을 잘 갚고 있는 상황이다.

다주택자가 급매물을 던지면 집값이 하락할 수 있는데, 여기엔 변수가 많다. 윤석열 정부에서 다주택자를 위한 각종 세금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게 첫 번째다. 금리인상 추이는 경기 여건 상 길어도 1년6개월 이후면 ‘금리인하’로 바뀔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집값 전망은 아직 상승과 하락이 팽팽하다. 경기 여건 때문에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공급 부족으로 몇 년 간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여전히 많다. 아직 어느 쪽도 100% 맞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다주택자들이 무리하게 집을 던질 상황도 아니라는 이야기다.

견고한 대출 연체율·실업률…아직 집값 대세 하락 아니다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