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25번째·CJ대한통운 9번째 과로사”

“월~토 12~13시간씩 근무…분류작업도 떠맡아”

CJ대한통운 측 “근거 없는 사실왜곡에 깊은 유감”

“주70시간 일한 택배기사 과로사…CJ대한통운 책임져야”
지난 16일 사망한 CJ대한통운 부평지사 산삼중앙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인 40대 전모 씨가 일했던 터미널의 모습.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주 70시간 이상 근무했던 40대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과로로 사망했다고 21일 밝혔다.

대책위는 이날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개최한 긴급기자회견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전체 25번째, CJ대한통운에서 9번째 과로사가 발생했다”며 “CJ대한통운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부평지사 산삼중앙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 전모(48) 씨는 지난 14일 새벽 출근 준비 중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뒤 새벽 뇌출혈로 사망했다.

전씨는 평소 지병이 없었으며, 보통 오전 7시30분에 업무를 시작해 짧게는 오후 6시, 길게는 오후 9시까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12~13시간 근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씨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6층 아파트에서 배송 작업을 주로 했으며, 담당하는 물량이 하루 250여 개 수준으로 많아 당일 배송하지 못한 물품들은 아침에 배송하고 출근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전씨는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따라 별도 분류인력에게 맡기기로 했던 분류작업도 계속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의 분류인력 ‘꼼수투입’으로 택배기사들에게 부담이 전가됐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을 분류작업 시작 시각인 오전 7시부터 고용하지 않고 오전 8시 혹은 오전 8시30분부터 투입했다”며 “이에 대리점에서 택배노동자들을 2인 1조로 묶어 분류작업조를 운영했고, 해당하는 날이면 고인은 평소보다 더 일찍 출근하고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이번 과로사에 대해 CJ대한통운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족에게 사과하고 응당한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내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토교통부에 대해서는 “택배사들의 사회적 합의 이행 실태가 양호하다고 밝힌 이후 벌써 4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죽거나 쓰러졌다. 재벌 택배사에 면죄부를 주는 국토부의 생색내기 점검에 그 원인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 이행점검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분들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근거 없는 사실 왜곡과 무책임한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1년 3개월 전 택배기사가 된 고인은 지난 3월 건강검진에서 동맥경화, 혈압·당뇨 의심 판정을 받았으며, 전문가 상담, 추가 검진 등 건강관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었다”고 지적했다.

전씨가 과도한 업무량에 시달렸다는 대책위 측 주장에 대해서는 “고인의 하루 배송물량은 223개로 동일 대리점 택배기사 평균 268개보다 17% 적고, 주당 작업시간은 55시간 안팎이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