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서 거래량 상위 아파트에 ‘주공’
공시지가 1억원 이하에 세금 혜택 몰리자
지방 중소도시, 읍면동 가리지 않고 투자
갭투자는 기본, 법인 차려 단타도 성행
90% 달하던 전세가율 점점 벌어지는 중
“원주민만 높아진 집값 피해 입을까 우려”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주택 시장의 전반적인 약세 흐름 속에서 올해 상반기 전국 각지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의 초저가 아파트들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구축, 주공, 10평대’라는 공통점을 가진 것으로 요약된다. 흔히들 대부분의 사람이 원한다는 ‘신축의 중형 평수 이상 아파트’는 가격 부담으로 인해 대출 규제와 세부담에 매수세가 뜸해진 거래 절벽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취득세 등 거래 비용이 낮고, 전세를 포함한 ‘갭투자’에 나설 경우 자금 부담도 크지 않아 가라 앉은 시장 분위기 속에서 소위 ‘단타 투자’가 성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토부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프롭테크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6월 16일까지 서울을 제외한 광역시·도에서 거래량 상위권을 기록한 아파트들은 대다수가 실거래가 1억원대·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 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부산, 광주, 대전, 울산,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 등 전국적으로 해당된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1위~8위까지가 모두 해당됐는데, 160건 거래되며 1위를 차지한 안성시 공도읍의 ‘주은청설’(2295가구) 40㎡(전용)의 최근 1개월 실거래가 평균은 1억4500만원이며 2022년 공시가격은 7659만원으로 1억원이 채 되지 않는다. 현재 호가는 1억5000만원 후반대까지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준공돼 재건축 기대심리와는 무관하다. 그럼에도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넘쳐난다는 것이 인근 공인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이 지역 A공인 대표는 “보유 주택 수에 관계없이 취득세가 기본세율 1.1%로 동일하고, 읍·면 지역이라 공시가격 3억원 이하까지 양도세 중과 주택 수에서 제외된다. 유일하게 걱정해야 할 것은 공시가격 합산액이 6억원을 넘어 종부세 대상이 되는지 뿐”이라고 말했다.
투자 방식에서 개인 다주택 투자자와 법인 투자자간에서 차별점이 목격된다. 이 관계자는 “개인 다주택 투자자는 1년 미만을 보유하고 매도하면 양도세가 70% 이상이라 최소 2년 이상 가져갈 요량으로 접근한다”면서 “반면 법인은 최고 세율이 45%에 그치는 대신 종부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1년 미만 단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139건이 거래되며 2위를 차지한 안성시 공도읍 소재 ‘주은풍림’(2615가구)도 비슷하다. 이 아파트의 최근 실거래 시세는 39㎡의 경우 1억3000만원, 50㎡는1억6167만원으로 공시가격은 각각 6677만원, 8185만원에 불과하다.
B공인 대표는 “작년에는 전세가율이 98%에 달할 때도 있었다. 갭이 워낙 작으니 법인투자자들은 한번에 4~5채씩 사들이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매매가와 전세가가 많이 벌어져서 한 채당 4000만원 정도는 실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그렇게는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갭투자는 이들 지역에서 나타나는 투자의 기본 방식이다. 다만 기존 전세를 승계하거나, 매수를 먼저 한 뒤 약간의 내부 리모델링 후 보증금을 높여 새로 전세 계약자를 들이는 방식 등으로 나뉜다. B공인 대표는 “후자의 경우 매수자는 먼저 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금 10%를 보내고, 전세계약할 때 나머지 차액을 보낸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는 중심지 대신 외곽 지역에 있는 값싼 아파트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광역시 아파트 거래량 1위는 81건이 거래된 사하구 다대동 ‘도시몰운대그린비치’(2960가구)다. 역시 시세 1억730만원에 공시가격 6976만원이다. 3위는 영도구 동삼동 ‘동삼그린힐’(70건), 4위는 영도구 동삼동 ‘절영’(67건) 등 인기지역인 해운대구나 수영구 등이 아닌 외곽지역의 아파트들의 비중이 높았다.
이와 함께 투자자들이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지방의 소형 저가아파트에는 주공 아파트가 많아 “주공을 겟(Get)했다”는 말도 널리 통용되고 있다. 실제 강원도에서 올해 가장 많이 거래된 아파트는 강릉시 입암동 ‘입암주공6단지’(117건)다. 이 아파트는 투자열기에 힘입어 집값이 1년 사이 40% 가까이 급격하게 올랐다. 경북 포항에서도 북구 창포동 ‘창포주공2단지’가 78건 거래되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같은 이상 투자 열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은 “이 투자자들이 정말 임대사업 목적이 아닌 단순 투기 수단으로 주택을 구입했는지는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2021년부터 이전과 다른 거래 건수가 포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당장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주택 가격 상승을 겪고, 매수할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