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왕립건축가’백준범

세계최초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 총지휘 건축과정에서의 건축가 역할·덕목 강조

“건축가 혼자서 만든 건물은 결코 예술성ㆍ실용성을 모두 갖춘 건축물이 될 수 없습니다. 훌륭한 건축물을 짓기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원활한 소통을 통한 조정자(moderatorㆍmediator)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영국 왕실이 인정한 ‘영국왕립건축가’, 세계 최초의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을 총 지휘한 세계 건축 디자인계의 차세대 리더 백준범(42) 건축가. 건축 디자인계에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흐름을 만들어 나가는 그에게는 특별함이 있다. 바로 활발한 소통에 대한 열망이다. 건축가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고독하게 일하는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이해 당사자의 열망을 결집시켜 표현해내는 사람라는 것. 이것이 백준범 건축가가 강조하고 있는 건축 디자인, 그리고 건축가의 미래다. 이처럼 ‘소통’을 건축 디자이너에게 있어 최고의 미덕으로 여기는 백준범 건축가가 헤럴드디자인포럼을 찾았다.

백준범 건축가는 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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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포럼2014"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헤럴드디자인포럼2014"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세계 건축 디자인계의 차세대 리더 백준범 건축가는 소통을 건축 디자이너의 최고 미덕으로 꼽는다.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백준범 건축가가 ‘건축가의 진정한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건축가로서 만들었던 미국 뉴멕시코주(州) 소재 세계 최초 민간 우주항공 기지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Spaceport America)’ 건설 당시 겪었던 경험을 토대로 ‘건축가의 진정한 역할’이란 주제로 강연을 열며 일성으로 ‘건축 디자이너의 조정자적 역할’을 강조했다.

백준범 건축가는 “스페이스포트 아메리카를 건설할 때 주변에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적 및 사막과 같은 자연 경관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뉴멕시코주의 주장과 세계 최초의 우주정거장으로서 건물의 외형은 미래 지향적인 모습을 갖추고 내부 역시 1인당 25만달러(약 2억8000만원)의 막대한 우주비행료를 지불하는 VIP 승객들을 위해 출발 전 정거장에서부터 우주공간을 이미 체험하는 것처럼 편안하면서도 화려하게 꾸며달라는 버진 갤럭틱(Virgin Galactic)의 요청을 절충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며 “여기에 건축가로서 구현하고 싶었던 자신의 예술적 의견까지 담아낼 수 있도록 조정하는 과정은 결코 간단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백준범 건축가는 “건축가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예술적 감성만을 표현하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진정한 건축가란 건축을 맡긴 고객, 건축물을 둘러싼 주변 자연 환경, 그리고 예산 및 자재 공급 등 상황을 모두 고려하며 최적의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바로 건축 과정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간 소통의 창구를 만들어가는 건축가로서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이 밖에도 백준범 건축가는 이번 강연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과 삼성전자 연구ㆍ개발(R&D)센터, 삼성엔지니어링 신사옥 등 건축을 총괄했던 사업들을 바탕으로 건축물 그 자체에 대해 설명하던 지금까지의 다른 강연들과는 달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가의 역할’이란 사람 중심의 주제를 풀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강연으로 청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사진=박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