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수도 브라질리아 법원 출석 예정

폭스바겐 “조사 성실히 임할 것…심각하게 받아들여”

인권 유린으로 400명 이상 노동자 사망…4만명 고문 당하기도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그룹이 1970~80년대 브라질 국가의 군사 독재 시절 당시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한 혐의로 오는 6월 14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법원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사진은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그룹 본사 건물. [게티이미지뱅크]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그룹이 1970~80년대 브라질 국가의 군사 독재 시절 당시 직원들의 인권을 유린한 혐의로 오는 6월 14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법원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사진은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폭스바겐 그룹 본사 건물.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그룹의 브라질 법인이 과거 브라질 군사정권(1964~1985년) 시절 군부와 협력해 노동자를 ‘현대판 노예’로 삼아 4만명을 고문하는 등 인권을 유린했다는 혐의로 다음달 브라질 법정에 서게 됐다.

폭스바겐은 5년 전 같은 사안으로 고소당한 뒤 2020년 3600만헤알(약 94억8000만원)을 보상했지만, 피해자들이 추가 보상을 추진해 또 한 번 기소됐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폭스바겐 본사는 지난 19일 브라질 검찰의 소환장을 받았고, 다음달 14일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폭스바겐의 인권 유린 혐의와 관련 증언을 담은 보고서는 2000페이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폭스바겐 브라질 법인은 1974~1986년 브라질 내 노동자를 상대로 인신매매, 고문, 성폭행 등을 하며 ‘조직적 인권 침해’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해당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브라질 국가진리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약 400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당시 폭스바겐은 육류 거래를 하기 위해 브라질 아마존 유역 가장자리에 대규모 농업 부지를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7만㏊에 달하는 땅의 삼림 벌채 작업을 위해 수백명의 일용직 노동자를 중개자를 통해 고용했다. 독일 언론은 채용 과정에서 폭스바겐의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전직 노동자들은 무장한 경비원에게 학대와 폭력을 당했으며, 탈출을 시도한 노동자들이 대거 실종됐다고 증언했다. 한 노동자는 자신의 아내가 탈출 시도에 실패한 뒤 성폭행 당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브라질 검찰은 “폭스바겐은 이런 형태의 노예제를 수용했을 뿐만 아니라 노동력이 싸기 때문에 오히려 장려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고문당했던 많은 노동자들이 이후 일자리로 복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 대변인은 AFP통신에 “이 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검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브라질에서 법적 절차가 아직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세부 사항은 추가로 언급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2014년 폭스바겐 전직 직원이었던 루시오 벨렌타니는 국가진리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기관총을 든 직원 두 명이 다가왔다”며 “그들은 내 손에 수갑을 채운 뒤 폭스바겐 보안 센터로 데려갔다. 도착한 뒤 뺨을 맞고 구타당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2015년 전직 직원들은 폭스바겐 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뒤 일부 보상을 받았다.

당시 힐트루드 베르너 폭스바겐 그룹 이사는 성명을 내 “과거에 발생한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브라질 역사에 남은 상처를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것이 폭스바겐에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크리스토퍼 코퍼 독일 빌레펠트 대학 역사 교수는 “폭스바겐 브라질의 경영진은 당시 군부 정권에 대한 아낌없는 충성심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yoohj@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