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분석해 보니
분상제 시행후 서울 분양가 19% 상승
직전 같은 기간 상승폭의 두배 뛰어
중소형일수록 분상제 효과 없어
지난 2020년 7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시행 이후, 새 아파트 분양가가 오히려 더 가파르게 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고가 아파트가 많은 수도권에서 분양가 오름폭이 두 배 수준으로 커졌다. 당초 분상제 시행으로 기존보다 분양가가 10~20% 하락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질적으로는 반대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헤럴드경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작성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를 분석한 결과, 분상제가 부활한 2020년 7월 3.3㎡당 2676만3000원이던 서울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20개월이 지난 2022년 3월 현재 3183만5100원으로 18.9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전 같은 기간(2018년11월~2020년 7월) 2431만7700원에서 2676만3000원으로 10.05% 올랐던 것의 거의 두 배 수준의 오름폭이다.
경기도 민간택지 새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올 3월 기준 경기도 아파트 3.3㎡당 분양가는 1579만3800원으로 분상제가 부활했던 2020년 7월(1432만2000원) 보다 10.27% 뛰었다. 이는 직전 같은 기간 1369만8300원에서 1432만2000원으로 4.5% 상승했던 것과 비교해 두 배 이상 변동폭이다.
고가 아파트가 몰린 수도권 외에도 전국적으로도 분상제 시행은 분양가 안정엔 별로 소용이 없었다. 전국 기준 민간택지 분양가는 분상제 시행 이후 현재까지 14.6%(3.3㎡당 1246만7400원→1428만9000원) 올라 직전 같은 기간 오름폭인 14.3%(1090만3200원→1246만7400원) 보다 오히려 상승폭이 소폭 확대됐다.
분상제 적용 이후 분양가가 더 오른 건 분상제를 적용했을 때 분양가가 HUG가 기존에 분양 보증 조건으로 적용하던 분양가 규제기준(주변 단지 시세 비교) 보다 더 분양 사업 현실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상제는 해당 사업지에 대한 택지비와 건축비, 가산비 등을 합산해 산출하는데, 최근 부동산 폭등으로 높아진 택지비를 적용하고, 건축비, 가산비 등도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분양가가 기존 보다 오히려 더 높아진 것이다.
이는 지난해 초 서울 서초구에서 분양했던 ‘래미안 원베일리’ 사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강남 재건축 대단지인 ‘래미안 원베일리’에 분상제를 적용했더니 분양가가 3.3㎡당 5669만원으로 결정됐는데, 이는 직전 HUG에서 제시한 일반 분양가 기준(4891만원)보다 대폭 상승한 금액이었다.
분상제 적용은 아파트 크기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분상제 적용으로 분양가 상승추세가 완화되거나 꺾인 건 전용면적 85㎡이상 중대형이었다. 더 많은 무주택 서민들이 선호하는 전용 84㎡이하 아파트는 분상제 적용이후 분양가 상승폭이 오히려 더 가팔라졌다.
분상제 적용으로 상승세가 꺾인 건 전용 85~102㎡ 중대형이었다. 서울에서 분양한 이 크기의 아파트 분양가는 분상제가 부활한 2020년 7월 3.3㎡당 3279만5400원에서 올 3월 2385만5700원까지 27.25% 하락했다. 이 크기는 직전 같은 기간 2257만8600원에서 3279만5400원으로 45.24% 폭등했다. 분상제가 적용되기 직전 20개월 간 45%이상 급등했던 분양가가 분상제를 적용한 후 같은 기간 27%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전용 102㎡초과 대형 분양가의 경우도 분상제 적용 직전 20개월간 18.4%(3.3㎡당 2425만8300원→2872만6500원) 뛰다가 분상제 적용 후, 2.38%(2872만6500원→2941만2900원) 변동률을 기록해 오름폭이 대폭 둔화됐다. 정부가 애초에 의도했던 분양가 상승폭 완화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반면, 분상제 적용이후 오히려 분양가가 폭등한 크기는 중소형이었다. 특히 전용 60~84㎡는 분상제 시행 이후 26.93%(3.3㎡당 2656만1700원→3371만6100원)나 올랐다. 직전 같은 기간 5.6%(2514만6000원→2656만1700원) 뛴 것과 비교해 다섯배 수준의 폭등이다.
전용 60㎡미만도 분상제 적용 이후 21.53%(2730만4200원→3318만4800원) 상승해 직전 같은 기간 오름폭인 17.91%(2315만6100원→2730만4200원)에 비해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한 대형건설사 분양 담당 임원은 “당초 중소형 아파트는 분양 원가가 높아서 분양을 하면 손해를 본다고 할 정도였는데,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택지비와 각종 비용을 상대적으로 많이 인정해 주면서 분양가가 오히려 더 많이 오른 것처럼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았던 중대형 이상 아파트는 분상제 적용으로 가산비를 충분히 적용받지 못하면서 분양가를 높이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중대형, 고급 아파트 일수록 분양가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