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다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버려졌던 공장의 빈 공간을 봤을 때, 비행기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텅 빈 공간이 저에겐 보석과도 같아 보였어요.”
미국 뉴욕 시민은 물론 전 세계 관광객들이 사랑하는 뉴욕 첼시마켓을 설계한 건축가 제프 반더버그는 헤럴드디자인포럼2014의 네 번째 세션 ‘도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나다’ 연사로 나와 이같이 말했다.
그는 90년대 초만 해도 그저 버려진 비스킷 제조공장이었던 첼시마켓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며 눈을 반짝였다. 첫사랑의 순간을 떠올리는 소년 같았다.
“뉴욕은 땅값이 무시무시하게 비싼 곳이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그 거대한 공간을 보면서 앞으로 이 공간은 다른 무엇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청난 잠재력을 느꼈죠.”
첼시마켓은 반더버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는 72년 절친한 부동산 개발자와 함께 필라델피아의 한 창고건물을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롱아일랜드의 공장과 창고 등의 건물을 탈바꿈시켰다.
창고나 공장 같은 큰 규모의 건축물에 새 숨결을 불어넣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애초에 저장이나 제조 같은 제한된 목적으로 만들어졌기에, 고쳐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발자들은 자유로운 영혼”이라며 “새로운 걸 시도하는 건 즐거운 일이었고, 공장과 창고 같은 건물은 아주 좋은 대상이었다”고 천진하게 말했다.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면서 제프 반더버그가 항상 머리와 가슴에 지녔던 건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 오래된 것은 오래된 것’이었다. 오래된 것은 반드시 새로운 것으로 바뀔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새것과 옛것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새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그만의 철학이다.
첼시마켓을 탈바꿈하는 과정에서도 이 철학은 예외없이 적용됐다.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든 벽은 그대로 유지됐다. 채석장에서 공짜로 가져온 자재와 어딘가에 버려져 있던 조각 작품을 옮겨와 내부를 꾸몄다.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무엇인가를 철거하거나 옮겼다면, 옮긴 자국을 그대로 남겨둘 정도였다.
“(첼시마켓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개발자로서 얻고 싶었던 것은 ‘개발의 자유’였다”고 웃으며 말한 반더버그는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활용해 만든 재미있는 요소들이 결국 첼시마켓의 디테일을 이루고 그게 가장 큰 기쁨”이라고 했다.
사진=박현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