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원, 필립 골드버그 지명자 만장일치 인준
역대 주한미국대사 중 최고위급 ‘경력대사’ 부임
‘대북강경파’ 분류되지만…“관련 경력은 일부”
정통 외교관료에 방점…美국무부와 조율 기대
[헤럴드경제=최은지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미국대사 지명자의 인준안이 5일(현지시간) 미국 의회를 통과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전 업무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15개월간 공석이던 주한미국대사 인선이 완료되면서 한미 동맹 강화 기조에 보폭을 맞추게 됐다.
미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고 골드버그 대사 인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 처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11일 골드버그 주콜롬비아 미국 특명전권대사를 주한미국대사 후보로 지명을 했고, 골드버그 지명자는 지난달 7일 상원 외교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쳤다. 이날 의회 인준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면서 조만간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 임명을 받은 후 곧바로 부임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정통 외교관 출신으로, 미 국무부가 외교관에게 부여하는 최고위 직급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은 2006~2008년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로 시작해 주필리핀 대사, 주쿠바 대사대리,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담당 차관보 등을 지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였던 2009~2010년 국무부 유엔 대북제재 이행 조정관을 지내 대북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대통령 유공자상과 2차례의 대통령 공로상, 국가정보 은인장 훈장 등을 수상했다. 볼리비아대사 시절 반미 성향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로 추방된 일화가 유명하다.
▶베테랑 외교관…주한미국대사 역대 최고위급 ‘경력대사’ 부임=정통 직업 외교관이 주한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2011~2014년 주한대사직을 맡았던 성 김 주인도네시아대사 이후 8년 만이다. 특히 미국 외교관이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급인 ‘경력대사’가 주한대사로 부임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과거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대사는 대사 부임 이후인 2010년 경력공사로 승진했고, 성 김 대사는 2018년 2월에 ‘경력대사’로 승진했다.
전문가들은 골드버그 내정자의 ‘직급’에 주목하고 있다. 30년 가까운 외교 경력 가운데 한국과 특별한 접점은 없지만 대북제재 이행 관련 업무를 맡았고 분쟁 조정을 하는 등 다양한 미국의 외교 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는 ‘베테랑’이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한미 정부 간 의사를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될 주한대사에 ‘경력대사’를 지명한 것은 그만큼 한반도의 중요성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베테랑의 경력대사인 골드버그 내정자는 새로 시작한 윤석열 정부가 한미 동맹과 공조 강화를 강조하는 만큼, 그 부분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힘이 실린 국무부와 잘 소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북 강경파’보다는 ‘정통 외교관료’…美국무부와 긴밀한 협력 기대=골드버그 내정자는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 당시 2009년 6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해 대북제재 결의 1874호 이행을 총괄하고 국제 협력을 조율했다. 이러한 이력 때문에 그를 ‘대북 강경파’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통 외교관료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대사는 지명 직후 VOA와의 인터뷰에서 “제재 업무를 맡았다는 점에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사실 그의 이력에는 다른 많은 것들이 있다”며 “한국 국민들이 그를 매우 유능하고 좋은 대화 상대자, 한미 관계를 진정으로 도울 인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분의 경력에서 대북제재 위원회 경력을 극히 일부”라며 “정통 외교관료이자 경력대사로 과거 다른 주한대사들처럼 본인이 별도의 정치력이나 조정력을 발취하는 것보다는 본국과의 조율 역할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밝혔다.
골드버그 지명자는 청문회에서 북한을 ‘불량정권’(rogue regime)으로 지칭하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가 미국의 비확산 목표와 부합한다고 밝히는 등 강경 입장을 밝혔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의 첫 대북특별대표로 미북 관계를 담당하는 성 김 대사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만큼 골드버그 내정자와 업무가 분리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버그 내정자는 2013~2016년 주필리핀대사를 지냈고 그의 후임이 성 김 대사였다.
통상 미국의 인사청문회 과정이 수개월이 걸리는 만큼 골드버그 내정자의 임명 절차가 윤 당선인 취임 후에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보다 속도있게 진행되면서 윤 당선인으로서는 한미 공조 행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부임하는 골드버그 내정자의 첫 임무는 2주 앞으로 다가온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과 한미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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