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공급망·원자재·환율·전쟁 등

한화그룹 긴급사장단 회의 개최

LG전자 반도체 개발·구매팀 신설

현대자동차는 투자·신차 연기도

가파른 금리상승, 공급망 대란, 원자재값 급등,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봉쇄 지속 등 국내 기업들의 경영을 위협하는 대내외 악재가 동시다발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월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상에 본격 나섰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기업들의 원재료 수입 부담은 물론, 자금조달비용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현 상황이 ‘퍼펙트스톰(perfect storm·동시다발 악재에서 초래된 초대형 위기)’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비상경영체제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한화솔루션 케미칼·첨단소재·큐셀, 한화 에너지, 한화임팩트,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유화·에너지 사업부문은 지난 4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물류 대란, 금리 상승 등에 대한 선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기계·항공·방산 부문, 금융 부문, 건설·서비스 부문 등 타 사업부문도 지난달 말 사장단 회의를 개최했다. 실제 그룹 주요 계열사의 1분기 실적은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 규모는 축소됐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지난달 20일 권오갑 회장 주재로 조선해양·에너지·건설기계일렉트릭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사장단 전체 회의를 소집했다. 권 회장은 이 회의에서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으므로 각 사별로 워스트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네트워크사업부를 긴급 개편했다. 연말이 아닌데도 공급망 리스크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관련 관리팀을 신설했다.

LG전자도 각 사업본부의 공급망 관리(SCM) 조직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작년말 전장(VS) 사업본부는 ‘SCM실’을 ‘SCM 담당’ 조직으로 격상한 데 이어 최근 ‘반도체 개발·구매팀’과 ‘반도체 공급 대응 태스크’를 새로 만들었다. TV사업을 맡고 있는 HE사업본부도 글로벌 공급망 관리와 자원 운영 효율성을 강화하고자 사업본부 산하에 ‘TV사업운영센터’를 개설했다.

완성차 업계도 일제히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1월부터 계속된 판매 감소세가 2분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체별로 고수익 차종 판매에 집중하고 있지만, 반도체난과 부품 수급난으로 정상화는 기약이 없다.

현대차는 앞서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하는 러시아 공장 가동 중단 여파가 컸다고 진단했다. 올해 예정했던 현지 투자와 신차 출시 연기도 검토 중이다. 서강현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3월부터 러시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결과 1분기 현지 판매는 전년 대비 25% 급감했다”며 “올해 계획된 신차 출시 계획 연기를 검토하고, 마케팅 비용 등을 줄여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 업계는 임금 삭감으로 출혈을 최소화하는 분위기다. 천연고무 가격 인상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주회사 한국앤컴퍼니는 지난달부터 100명 규모의 계열사 임원 임금을 20% 삭감했다. 금호타이어 내부에서는 임금 동결설이 제기된다.

신성장 분야로 분류되는 배터리 업계도 마찬가지다. 일부 배터리 회사는 지난달부터 임직원을 해외에 급파하고 있다. 리튬과 니켈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상황에서 공급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은 지난달 1분기 실적발표에서 “4분기로 예상했던 배터리 손익분기점 달성 시점이 미뤄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경원·정찬수·김지헌·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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