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진 출고 대기 ‘1년은 기본’

반도체난에 적체 현상 장기화

중국發 부품 공급난까지 겹쳐

아이오닉5·포터 EV는 12개월

EV6·쏘렌토 HEV 등 1년6개월

하이브리드·전기차는 더 긴 줄

고객님의 차는 18개월 뒤에나 수령 가능합니다 [헤럴드 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이오닉5’ 생산라인.
고객님의 차는 18개월 뒤에나 수령 가능합니다 [헤럴드 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하며 출고 적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인기 차종의 경우 출고까지 최장 1년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현대차·기아는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하고 있다. 하지만 만성화된 출고 적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실적 악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6일 현대차·기아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5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이달 신차 계약 시 출고 대기기간은 전달보다 평균 1~2개월 길어졌다. 특히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차(HEV) 등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출고 대기기간이 더욱 길어지는 모습이다.

현대차 ‘아반떼 HEV’는 지난달 11개월에서 이달 12개월로, ‘그랜저 HEV’는 8개월에서 9개월로 대기기간이 늘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포터 EV’는 전달과 마찬가지로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G80 EV’와 ‘GV60’은 각각 6개월, 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고객님의 차는 18개월 뒤에나 수령 가능합니다 [헤럴드 뷰]
‘2022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된 기아 ‘EV6’. [기아 제공]

기아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유럽에서 ‘올해의 차’를 수상했을 정도로 호평 받고 있는 ‘EV6’의 경우 출고기간이 전달 16개월에서 18개월까지 늘었다. 이는 현대차그룹 판매 차량 중 최고 수준의 대기기간이다.

기아의 최고 인기 차량 중 하나인 ‘쏘렌토 HEV’와 ‘스포티지 HEV’도 모두 18개월가량을 대기해야 받아볼 수 있다. ‘K5 HEV’와 ‘K8 HEV’는 12개월, ‘니로 HEV’와 ‘봉고 HEV’는 1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출고 대기기간이 점차 늘어나는 이유는 각종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가 봉쇄되며 ‘와이어링 하니스(전선뭉치)’ 부품 수급까지 차질이 생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차량 생산의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고객의 수요는 늘고 있는 반면 생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면서 출고 적체가 계속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판매 역시 감소세를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한 90만2945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기아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68만5739대를 판매했다. 특히 국내 판매가 대폭 줄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15만2098대를, 기아는 6.5% 감소한 12만1664대를 판매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반도체 공급난이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애초 올해 하반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조금씩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수급이 빠듯한 상황이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 설비 증설이 더딘 가운데 전 세계 완성차업체들이 요구하는 반도체 주문량은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서다. 자동차의 편의 사양이 확대되고, 전기차가 늘어날수록 차량용 반도체 수요도 증가한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는 수익성이 낮고, 진입 장벽이 높아 새로운 업체가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현대차·기아는 탄력적인 공장 운영, 핵심 부품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부품 재고 현황에 맞춰 일부 컨베이어벨트를 차량 없이 돌리는 ‘공피치’ 방식으로 생산을 조절하고 있다. 또 레저용 차량(RV),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 중심의 판매구조를 확보해 수익성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반도체 공급 이슈 상황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여기에 중국 일부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수급불균형,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향후 이어질 것”이라며 “생산·판매 최적화를, 고부가가치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을 통한 점유율 확대 및 수익성 방어, 전기차 라인업 강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