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원전 진출 쇄도
안전성·경제성·유연성·환경성 우수 평가
수소와 함꼐 미래에너지 먹거리 도전
尹정부 정책수혜도 기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차세대 원자력발전인 소형모듈원자로(SMR·Small Modular Reactor)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삼성, GS, 두산 등에 이어 SK까지 가세하는 형국이다. SMR은 기존 안전성·경제성·유연성 뿐 아니라 환경성까지 고루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수소와 더불어 미래 에너지 부문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탈원전 폐기 속 SMR에 대한 적극 지원이 예상되는 새 정부의 정책 수혜까지 기대하는 모습이다.
12일 SK그룹에 따르면 SK는 투자형 지주사인 SK㈜를 중심으로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세운 테라파워를 포함, 투자에서 나설 SMR 기업들을 놓고 최종 저울질 중이다. SK㈜ 관계자는 이날 “글로벌 넷제로(탄소중립) 기여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지난해부터 그룹 차원에서 SMR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 왔다”며 “투자 대상을 최종 결정한 단계는 아니고, 투자 규모 등의 사항은 추후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가 2006년 설립한 SMR 개발회사다. ‘투자의 현인’이라 불리는 워런 버핏 소유의 전력회사 퍼시피코프와 협력, 2024년부터 미 서부 와이오밍주에 345㎿ 규모의 SMR(‘나트륨’) 건설에 들어간다.
국내에서 SMR 진출을 선도해 온 곳은 두산이다. 원전 건설 기술을 갖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는 세계 1위 SMR 기업인 미 뉴스케일파워에 지분을 투자했고 2030년 완공 예정인 뉴스케일파워 SMR의 원자로 설계·엔지니어링과 조립·생산도 맡았다. 초도 기자재 납품권도 확보한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생산전문설비)를 구축, 연평균 8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삼성물산과 GS에너지도 뉴스케일파워 투자에 나선 상태이고, 삼성물산은 뉴스케일파워 반응로 설치와 제반시설 건설을 담당하고 있다.
해양플랜트 제작 기술을 보유한 삼성중공업은 해상 S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덴마크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시보그와 부유식 원전 설비를 공동 개발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년연 최대 800㎿급 부유식 원전설비 모델을 개발, 선급 인증과 영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이후 부유식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수소 ·암모니아 생산설비 개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엔지니어링도 미국 기계학회로부터 원자력 부문 설치 및 공장조립 등에 대한 인증을 획득한 상태다. 이를 기반으로 SMR 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SMR은 발전용량이 대형 원전의 3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인 300㎿ 안팎으로 공장에서 부품을 생산해 조립해 건설하는 원전을 가리킨다. 기존 원전기기(가압기, 펌프, 증기발생기 등)와 냉각시스템을 하나의 용기에 통합해 제작한다. 공장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현장 조립으로 원가 절감이 가능하며 그린수소, 열, 담수 등의 생산도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경제성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입지 조건이 자유롭고 실시간으로 조정된 출력이 가능해 유연성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또 피동형 시스템에 따라 안전장치 가동에 외부전력이 필요 없고 강력한 내진설계가 기반이 돼 원전 최대 취약점으로 꼽히는 불안전성도 상당부분 보완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타발전 대비 탄소배출이 거의 없어 환경성까지 우수, 바로 이 대목이 SK의 사업 진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SMR은 원자로·냉각재 종류에 따라 경수로형(PWR), 소듐냉각형(SFR), 고온가스형(HTGR), 용융염냉각형(MSR) 등으로 나뉜다. 테라파워의 SMR은 소듐냉각형 방식이다.